준공후미분양 9399가구…전체 78.8% 지방에 '집중'장기화시 중소건설 줄도산 우려…폐업 12년새 최고 경기·인천도 곳곳 미달사태…남해·밀양 1순위 '0건'서진형 "윤정부 심각성 인지 못해…선제적대응 필요"
  •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지방 주택시장 약세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분양 적체가 심화한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미분양주택에 대한 공공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방 중소·중견건설사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30일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전국 누적 준공후미분양(악성미분양) 물량은 9399가구로 전월 8892가구보다 5.70% 늘어났다. 이는 2021년 4월 9440가구이후 2년3개월만에 최고치다.

    올해 월별 준공후미분양은 △2월 8554가구 △3월 8650가구 △4월 8716가구 △5월 8892가구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 결국 6월 9000가구를 돌파했다.

    그중에서도 지방이 악성미분양의 78.8%를 차지했다. 6월까지 집계된 지방 준공후미분양 물량은 누적 7407가구로 전월 7276가구에 비해 1.80% 늘었다. 

    문제는 이러한 미분양사태를 해결하기까지 한동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전날 원 장관은 주택공급혁신위원회에 참석해 미분양주택과 관련 공공개입에 대한 여지는 두면서도 미분양 매입에는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미분양은 시장에서 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며 "다만 할인·임대전환 등 자구노력을 충분히 했는데도 전체 시스템에 부담이 오는 부분이 있다면 공공이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분양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지방 중소·중견건설사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종합건설사 폐업현황을 보면 총 248건으로 12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종합건설사 총폐업건수가 362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폐업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청약불패'로 불렸던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서 5월 처음으로 청약 1순위 미달사태가 나왔고 7월 주요 지방도시 청약경쟁률은 △부산 0.3대 1 △인천 0.6대 1 △제주 0.1대 1로 저조한 상황이 지속중이다.

    앞서 6월 분양에 나선 경남 남해군 '남해 타운하우스'는 76가구 공급에 1순위 청약접수 결과 0명을 기록했고 같은달 경남 밀양시에서 분양한 '수에르떼 밀양' 경우도 45가구 모집에 나섰지만 단 한명도 청약접수를 하지 않았다. 

    수도권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올해 경기지역에서 분양에 나선 34개단지중 16곳(47%), 인천은 10개단지중 8곳(80%)이 미달됐다.

    반면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은 올 들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어 청약쏠림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분기 59.4대 1 △2분기 평균 49.5대 1을 기록했다. 3분기 들어 8월중순까지 경쟁률은 103대 1까지 치솟았다. 전국 평균 경쟁률은 △1분기 5.1대 1 △2분기 10.9대 1 △3분기(8월중순기준) 12.1대 1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통계지표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미분양이 줄어든 이유를 분양물량 감소에서 찾는 것은 한쪽만 보는 얘기"라며 "미분양 감소는 결국 주택이 팔리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금리지표만 갖고 시장을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현재 시장은 그렇지 않다"며 "전반적인 개선세를 확인하려면 청약경쟁률과 거래량, 가격지표, 정책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전날 원 장관이 미분양사태 개입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은 시장이 자정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현재 건설사들이 지방에서 할인분양이나 무상옵션 제공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미분양이 줄고 있다"며 "정부는 매입 혹은 세금우대 형태로 시장에 개입하는데 현재 그정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표는 "미분양 경우에는 현재 주거형에서도 문제가 있지만 비주거형에서 더 심각하다"며 "정부는 종합적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언제·어디에·어떻게 하겠다는 실행계획도 제시하지 않아 국민불신만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론 업계에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있어야겠지만 노력으로 안 되는 사업장도 있다"며 "이같은 실태를 파악해 건설경제가 완전히 침체·도산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미분양이 예전에 비해 숫자적으로는 많지 않으니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취득세·양도세 등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혜택은 소폭이 아니라 획기적인 수준이어야 할 것"이라며 "2년이상 악성미분양 경우 취득세와 양도세를 전면 감면해주는 등 당근책을 제시해 청약 0건이 발생하는 지방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