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1200억원 수요예측서 3배 주문 '흥행'…SK에코도 '성공'신용등급 낮은 중견건설사, '울며겨자먹기' 고금리 사모채·CP '기웃'PF리스크에 부실시공 이슈로 자금조달 난항…줄도산 우려 또 고개
  • ▲ 서울 강동구 재건축 현장. 221024 ⓒ연합뉴스
    ▲ 서울 강동구 재건축 현장. 221024 ⓒ연합뉴스
    현대건설이 회사채 공모에서 흥행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건설업종에 대한 시장반응은 '비우호적'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건설사들은 공모채 발행은커녕 고금리 사모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PF리스크에 최근 부실시공 이슈까지 정통으로 맞으며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총 1200억원 규모 회사채 조달을 위한 수요예측에 모집액의 3배 가까운 3550억원 매수주문을 받아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이날 2년물(600억원)에 1650억원, 3년물(600억원)에 1900억원이 각각 들어왔다.

    발행금리도 개별민간채권평가기관 평균 금리(민평금리)보다 크게 높지 않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수요예측 결과 2년물은 -13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p), 3년물은 -10bp에서 모집물량을 채웠다. 

    즉 시장이 평가하는 현대건설 회사채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려는 투자자가 많았던 것이다.

    모집액 3배에 가까운 주문이 몰리면서 현대건설은 최대 24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해 졌다. 이번 조달자금은 2000억원 규모 만기도래 회사채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연내 25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우량한 신용등급과 안정적인 경영실적이 흥행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현대건설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며 '종합성적표'격인 시공능력평가에서도 삼성물산에 이어 2위에 랭크돼 있다.

    신승한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업계내 최상위권 사업경쟁력과 원가관리역량, 다변화된 사업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며 "주택부문 풍부한 수주잔고 등을 바탕으로 영업 수익성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SK에코플랜트(A-, 안정적)도 공모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1000억원 모집에 4350억원 매수수요를 확보하면서 발행규모를 1710억원까지 늘렸다.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체질개선을 시도한 점이 기관투자가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 환경·에너지사업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5513억원에서 올 상반기 1조2649억원으로 129% 늘었다.
  •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시공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시공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이에 반해 비우량 건설사는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요예측 절차가 없는 고금리 사모채나 기업어음(CP) 등으로 긴급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SGC이테크건설 △HL디앤아이한라 △금호건설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이 사모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투자적격등급 최하단인 'BBB-'인 금호건설 경우 총 100억원 규모 18개월 만기 무보증사채를 9.6% 고금리로 발행했고 SGC이테크건설은 50억원어치 2년물 사모사채를 연 10%에 끊었다.

    금호건설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동부건설은 9~10% 금리에 올해만 7회가량 사모사채를 간행했다. 동부건설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A3+'다. 신용등급이 'A0'인 신세계건설은 500억원 규모 무보증사채를 금리 7.1%에 조달했다.

    이밖에 한 중견건설 A사 경우 9% 금리 1년 만기 회사채로 운용자금 융통에 나섰고 여의치 않을 경우 1%p 이상 가산금리까지 얹을 수 있다는 자세로 투자자들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말부터 올초까지 여파가 이어졌던 '레고랜드 사태'이후 PF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데다 최근 부실시공 문제까지 겹치면서 건설회사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돼 신용등급이 높은 건설사만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2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건설업으로 분류된 종목들 합산 시가총액은 13조9864억원으로 2020년 4월1일 13조9858억원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8조원대까지 치솟았던 2021년 6월에 비해서는 반토막도 채 되지 않는다.

    부실시공 이슈 도화선이었던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인 4월말 시총이 15조6954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4개월만에 1조7090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이 기간 코스피 건설업종에 포함된 38개 종목중 33개 주가가 하락해 사실상 업종 전체가 후유증을 겪었다.

    특히 중견건설사 경우 PF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원자재쇼크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줄도산 우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CON) 분석결과 상반기 종합건설기업 폐업건수는 모두 248건으로 집계됐다. 2011년 상반기 310건이후 최대치다. 올들어 8월까지 부도신청한 건설기업은 9곳으로 2019년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B금융투자 회사채 담당자는 "자금조달시장에서 건설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특히나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 경우 지방사업장이 많거나 아파트외 주택이 다수여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투자자들도 건설사 실적, 부동산 PF부실 위험성, 신용도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용평가업계 자료를 취합한 결과 시평 상위 10대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 1700억원 △대우건설 1000억원 △포스코이앤씨 900억원 △롯데건설 610억원 △SK에코플랜트 1500억원 등 총 8210억원 회사채 만기가 연내 도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