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핵심 과제 '노조 회계공시' 10월1일부터 시행노조 "위임 입법 한계 일탈·조세평등주의 위반" 반발개혁과제 추진 줄이어…勞 반발에 파업 등 소란 우려
  •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발표 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발표 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노동조합이 회계를 공시해야만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애초 계획보다 3개월 빠른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노동계는 정부를 향해 "치졸하고 비열하다"며 격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들이 속속 시행되면서 노동계의 반발도 점차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5~11일간 재입법예고한 뒤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5일 밝혔다. 애초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시기를 앞당겼다는 것 정부의 설명이다.

    노조 회계의 투명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커진 배경에는 노조의 여러가지 비리가 자리한다. 노조 스스로 신뢰를 잃어 정부와 국민들의 엄한 눈초리를 받게 된 셈이다.  최근 정부가 노조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사용자에게 노조 전용 자동차 10여 대와 현금 수억 원 등 부조리한 운영비를 받은 노조가 적발됐다. 근로시간면제(근면) 제도와 관련해서는 면제 한도를 초과해 운영하는 곳이 480개소 중 63개소(13.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다양한 위반 사례가 발각됐다.

    시행령의 핵심은 노조에 회계공시 의무를 부여하는 데 있다. 그간 노조는 조합비를 기부금으로 인정받아 연말마다 15%의 세액공제를 받아왔지만, 다른 기부금단체처럼 결산보고 의무가 없어 회계를 공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노조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관리 책임을 높이기 위해 공시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세액공제 혜택과 연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노조는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공시하고 관리하는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도 같은 날 개통될 예정이다. 노조와 산하조직 등은 공시 시스템에 다음달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두 달간 지난해 결산 결과를 공시할 수 있다. 

    노조가 회계를 공시하면 조합원이 올해 10~12월에 납부한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노조와 그 상급단체가 모두 공시해야 조합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조합원 수가 1000명 미만인 단위 노조(산하조직)는 그 상급단체가 공시하면 혜택을 준다. 조합원은 공시 시스템에서 노조의 공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내년 1월 연말정산 시 조합비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22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8월 임시국회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22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8월 임시국회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제도 개정에 대해 노조는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상위 법률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위임한 바 없는 사항을 시행령을 통해 의무를 신설한 것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공시 여부에 따라 세액공제를 배제하는 것 자체가 조세평등주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는 견해다. 

    노조는 정부를 향해 수위 높은 비난도 쏟아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4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직장인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다급하게 시행령 시행시기를 앞당긴 건 노동자들의 불만을 증폭시켜 노조와 상급단체를 옥죄려는 의도"라며 "치졸하고 비열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1000명 이상 노조뿐만 아니라 노조가 소속된 연합단체와 총연합단체까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건 단위 노조에 속한 이들의 탈퇴를 부추기는 행위"라며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하반기 들어 노동개혁에 대한 강경한 추진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정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이다. 정부는 노조가 공시 시스템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마련하고, 노조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제도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의 격한 반발에도 제도 시행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개혁 핵심 과제들이 하나둘씩 실현됨에 따라 앞으로 노조의 반발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정부는 노조 국고보조금 폐지와 실업급여 삭감, 노조 운영실태 조사 등 노조에 대한 여러 개혁안들을 내놨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가 지난 7월 약 50만 명 규모의 총파업에 돌입했던 것처럼 대대적인 조직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적잖다. 전국에서 다발적인 파업과 농성 등이 벌어질 시 경제 전반과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있어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