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8일 1차 총파업 돌입… 일부 열차 지연에 시민 불편철도노조 "민영화 반대" 등 주장… 국토부 "현 정부서 검토한 적 없어"'적자' 눈덩이 코레일, 앞으로 5년간 이자만 하루에 10억씩 내야원희룡 "철도 주인은 국민, 철도노조가 지킬 자리 정치투쟁 싸움터 아냐"
  • ▲ 철도노조 총파업이 시작된 14일 오후 광주송정역에서 철도노조 호남본부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 철도노조 총파업이 시작된 14일 오후 광주송정역에서 철도노조 호남본부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14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대규모 적자 등에 허덕이고 수출 부진 속에 원활한 물류운송이 더욱 중요해진 시기에 조직이 당면한 과제는 등진 채 정부 정책에 억지로 반대하는 '정치 파업'을 강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와 코레일은 이런 행보를 지적하며 즉시 파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전 9시 서울역에서 조합원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정식을 열고 파업 시작을 알렸다. 이번 1차 파업은 오는 18일 오전 9시까지 닷새간 진행한다. 참여 규모는 필수 유지인력 9000여 명을 제외한 1만3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 기간에 원하는 바를 얻어내지 못하면 다음 달 중 2차, 11월 중 3차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출근 대상자 1만2905명 중 2804명(21.7%)이 파업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파업 당시 첫 날 파업 참가율인 22.8%보다 소폭 낮았다. 같은 날 오후 3시 기준으로 KTX 열차 운행은 파업 영향으로 일부 감축 운행됐다. 운행률은 평시 대비 76.4%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수도권 전철 83.0%, 여객열차 68.1%, 화물열차 26.3%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국토부는 대체인력을 투입해 계획 대비 111.9% 운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파업에서 철도노조는 이달 1일부터 증편한 경부선(부산~서울) KTX의 종착역을 수서역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KTX와 SRT 연결 운행 △4조2교대 시행 △코레일과 SR 통합 △성실 교섭 촉구·합의 이행 등을 요구한다. 특히 철도노조는 수서역 기반 SRT와 서울역 기반 KTX의 분리 운영을 철도 민영화의 초석으로 여기고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철도 쪼개기'를 통해 민영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철도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10년 전인 2013년에 고속철도를 쪼개며 그 근거로 시민의 편리한 열차 이용을 언급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시민 편익보다 '철도 쪼개기' 경쟁을 위해 시민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 시민 요구와 다를 경우 정부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반면 정부는 철도노조의 이런 주장을 정면 부정한다. 철도노조가 반대하는 '민영화 정책' 자체가 논의된 적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현 정부에서 철도 민영화는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정부는 관계기관 간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정부 정책에 대해 철도노조가 국민 이동권을 볼모 삼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철도노조 파업은 코레일이 당면한 어려운 경영 여건을 외면한 채 강행됐다는 점에서 더욱 눈총을 받고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코레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코레일은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1조2089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5년간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으로만 1조8550억 원이 추산된다. 이는 연평균 3710억 원 규모로 하루에 10억여 원의 이자를 내야 하는 셈이다.

    코레일의 부채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코레일의 부채는 5년 전(2019~2023년) 재무전망 기준 14조1341억 원으로 추산됐지만, 이번 재무전망(2023~2027년)에서는 20조7634억 원으로 늘어났다. 예상치보다 6조6293억 원(46.9%)이 불어난 규모다. 이를 두고 유 의원은 "정상적인 경영 여건으로도 하루 이자 비용만 10억 원씩 발생하는 상황인데 철도노조는 무리한 요구로 파업에 돌입했다"며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14일 오후 서울역 열차운행 안내 전광판에 운행 중지 안내문구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14일 오후 서울역 열차운행 안내 전광판에 운행 중지 안내문구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파업 첫째 날 일부 열차 지연 등으로 시민 불편이 속출하자 코레일은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철도노조를 향해서는 파업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이날 사과문에서 "이번 파업은 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정부 정책을 핵심 목적으로 하고 있어 정당성이 없다. 일체의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며 "국민 편의와 철도의 공공성을 위해 파업은 철회돼야 한다. 파업을 즉시 멈추고 일터로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파업에 대응한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하고 교통 불편 최소화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동원 가능한 대체 인력을 집중 투입해 광역전철 운행률은 평시 대비 75%, KTX 운행률은 68%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고속·시외버스의 여유 좌석은 각각 5만3000석과 41만 석 규모로 공급한다. 

    정부는 이번 1차 파업이 산업계에 미칠 파장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다만 앞으로의 수출 등에 미칠 수도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집중 모니터링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파업과 관련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관련 부처와 협력해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철도노조 파업으로 최근 3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보여온 수출 흐름세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유관부처, 수출 업종별 협단체 등과 협력해 모니터링을 면밀히 시행하고, 대체운송 등의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이번 파업 이후 코레일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코레일은 연이어 안전사고를 내면서 조직 쇄신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아왔다. 철도노조가 이런 변화에 대한 기대와 대규모 적자 등의 여건을 외면한 채 이번 파업을 강행하면서 정부의 개혁 결심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부는 코레일의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분리하는 등 업무 전반에 걸친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에 대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개혁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정부의 조직개편 작업은 이번 파업 이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 장관은 철도노조의 이번 파업을 '정치 투쟁'으로 보고 비판적인 견해다. 이날 원 장관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철도의 주인은 국민이며, 철도노조가 지켜야 할 자리는 정치투쟁의 싸움터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철도 현장"이라며 "철도노조는 즉각 현장으로 돌아가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