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세수재추계 발표… 법인세 -25.4兆·소득세 -17.7兆"경기변동성 커지며 세수오차 커져… 미국·일본도 마찬가지""추경 없이 여유재원으로 대응"… 강달러 대응하며 쌓인 원화 활용"이자 고려시 공자기금 조기상환이 외평기금 수지에도 이득"내국세 연동 지방교부세 23兆 감소 불가피… 지출조정 등 대응 가능
  • ▲ 세수부족 ⓒ연합뉴스
    ▲ 세수부족 ⓒ연합뉴스
    글로벌 경기둔화와 긴축 여파로 기업의 영업이익이 줄고 자산시장도 위축하면서 세입 여건이 크게 나빠져 올해 세수결손 규모가 59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정부가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밝혔다. 올해 세수펑크 규모가 60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없잖았으나 정부가 이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대규모 세수결손은 불가피하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지 않아도 세계잉여금과 기금의 여유재원 등을 활용하면 세수부족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태도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2023년 세수재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재추계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애초 세입예산 400조5000억 원에서 59조1000억 원이 줄어든 341조4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세목별로 보면 가장 많은 세수결손이 발생하는 것은 법인세다. 올해 예산 105조 원 대비 25조4000억 원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는 올해 예산 131조9000억 원보다 17조7000억 원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양도소득세가 예산(29조7000억 원) 대비 12조2000억 원이나 빠져 타격이 크다.

    부가가치세는 예산(83조2000억 원)보다 9조3000억 원, 관세는 예산(10조7000억 원)보다 3조5000억 원, 종합부동산세는 예산(5조7000억 원)보다 1조 원이 각각 부족할 것으로 재추계됐다.

    기존 전망치보다 세수펑크가 대규모로 발생한 것에 대해 기재부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내외 경제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며 기업의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위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반도체 업황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이 그 원인이라고 부연했다.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119조7000억 원에서 지난해 81조7000억 원으로 31.8%나 급감했다. 주택매매거래량도 지난해 1~7월 35만 호였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32만3000호로 7.7%나 줄었다.

    기재부는 "세수오차 발생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여러 주요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미국과 일본의 경우 2020년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기침체로 세수가 부족했지만, 2021~2022년에는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며 대규모 초과세수를 기록했다. 올해는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세계경제 위축으로 주요국들도 애초보다 세수 변동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예산 대비 실제 걷힌 세수를 뜻하는 세수 오차율은 미국의 경우 2018년 -9.7%, 2019년 1.8%, 2020년 -7.5%, 2021년 4.1%, 2022년 15.3%였다. 일본은 2018년 2.1%, 2019년 -6.9%, 2020년 -4.4%, 2021년 14.3%, 2022년 8.3%였다.

    우리나라의 세수 오차율은 지난 2021년부터 두자릿 수를 기록했다. 2018년 8.7%, 2019년 -0.5%, 2020년 -2.3%였던 오차율은 2021년 17.8%로 크게 늘어난 뒤 지난해 본예산과 비교해 13.3% 차이 났다. 지난해는 추경 편성 이후에 -2%를 기록했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세수재추계 결과 브리핑에서 "경기변동이 커지면 예측을 하는데 한계는 있다는 것이 팩트이지만, 정부가 (세수전망은) 어차피 할 수 없는 거니까 노력해 봐야 의미가 없다고 이렇게 할 수는 없다"며 "(정확한 세수 예측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필요하면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한번 고민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1년에 한 번씩 재추계를 발표하는데 그걸 늘린다면, 국민의 신뢰만 저하시켜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세수부족해도 추경 NO!… "경제 미치는 영향 미미"
  • ▲ 세수재추계 ⓒ연합뉴스
    ▲ 세수재추계 ⓒ연합뉴스
    대규모 세수결손이 불가피하지만,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고 여유재원으로 세수부족에 대응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4조 원쯤의 세계잉여금과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등 24조 원 규모다. 정부는 이를 활용하는 한편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에 대해서는 예산 지출을 하지 않는 불용도 고려해 세수부족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외평기금은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환율 안정을 위해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땐 보유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들이고 반대로 환율이 내리면 갖고 있는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사들인다. 그동안 강달러가 지속하면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였는데 이 때문에 외평기금에 이례적으로 원화가 대규모로 쌓였고 이를 세수부족을 메우는 데 활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쌓인 원화로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꿔온 돈을 먼저 갚고, 공자기금으로 들어온 재원을 일반회계 재원으로 돌려 활용하는 방식이다. '공공기금의 저수지'로 불리는 공자기금은 여유 있는 기금으로부터 재원을 빌려 재원이 부족한 기금에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시나리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재원이 부족하자 외평기금을 통해 2조8000억 원을 조달한 적 있다.

    부족한 세수 59조1000억 원 중 정부가 메워야 할 규모는 지방교부금을 제외한 36조 원쯤이다. 정부는 이 중 24조 원을 공자기금으로 충당할 생각이다. 24조 원 중 20조 원쯤은 외평기금이 빌려 간 자금을 조기 상환해 채워넣는다.

    다만 일각에선 외평기금을 임시방편으로 끌어다 쓰면 향후 외환시장이 불안할 때 대응할 실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중범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외평기금은 사실 외환보유액을 쌓기 위해서 빌려오는 자금으로 항상 이자비용이 나가는 것인데 원화재원이 많이 쌓이게 되면 (원화를) 상환하는 것이 외평기금 수지에도 이득이 된다"며 "지금 그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서 (다른) 생각(이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여유 재원을 활용해 세수부족에 대응하더라도, 지방교부세 지급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에 연동해 40%쯤을 정률로 지급한다. 세수가 줄면 지방교부세도 연계해 감소한다. 올해는 지방교부세가 23조 원쯤 감액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지방교부세가 줄어들더라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함께 효과적으로 정책 대응을 할 것"이라며 "지자체는 불요불급한 지출을 조절하되, 재정안정화기금 등 자체 재원을 활용해 대응하고 정부는 지역사업의 집행상황을 점검해 어려움 해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