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특허 분쟁 대응 역량 강화'삼성디스플레이-BOE' 분쟁 등 대립 잇따라'특허괴물' NPE 표적 불구 마땅한 대응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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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첨단 기술 보호를 위해 한국지식재산보호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2023 디스플레이 해외특허 및 기술보호세미나'를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은 국가첨단전략산업인 디스플레이 분야 기업의 특허, 영업비밀 등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국내 기업의 특허 분쟁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추진됐다.

    지식재산권 분쟁 예방·대응, 영업비밀 유출예방 및 보호 지원 등을 통해 대기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특허 동향 파악 및 대응 여건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부장 기업의 지재권 보호 및 인식제고를 위한 활동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첨단 기술의 보유여부가 글로벌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현재의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 및 영업비밀 등 지식재산은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기업을 제압하는 강력한 무기이자 추격을 방어하는 보호막이기도 하다.

    1976년 코닥이 즉석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자마자 이미 500개 특허를 보유하고 시장을 장악해 온 폴라로이드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10년여에 걸친 장기 소송 끝에 결국 패배한 코닥은 폴라로이드에 8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액을 지급하고 즉석카메라 시장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국내 LED 기업 서울반도체처럼 설립 당시 후발주자로 일본 니치아 등 해외 선도업체들의 특허를 이용한 견제로 위기를 맞았으나, 적극적인 분쟁 전략을 구사해 승소한 사례도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막대한 소송비가 지출되는 등 특허 분쟁에 있어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에는 애로가 존재한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BOE 간 특허분쟁과 같이 특허를 둘러싼 기업간 대립이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기업이 무수한 노력으로 개발한 핵심 기술 및 영업비밀의 피해·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초 개발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이고 능동적인 지재권 경영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다수의 한국 기업은 경쟁사만이 아닌 특허괴물로 불리는 NPE(Non-Practicing Entity)로부터 미국에서만 매년 100건 안팎의 특허 소송 공격을 받으며 표적이 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 없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NPE는 보유 특허권으로 직접 제조, 판매 등 생산 활동을 하지 않고 특허권 행사(라이선스, 손해배상 소송)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2022년 미국법원에 해외기업이 우리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 중 84.6%가 NPE에 의한 소송이었으며,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격했던 NPE들이 최근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겨냥해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특허 전문 인력 등 역량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보호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협약식에서는 작금의 사태를 반영해 디스플레이 분야 해외 특허·영업비밀 분쟁 트렌드 정보 제공 및 보호·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2023 디스플레이 해외 특허 및 기술 보호 세미나'도 진행됐다.

    특허법인 다나의 고승진 대표변리사는 "디스플레이 분야 해외 특허분쟁 동향 발표를 통해 미국에 출원된 국내 첨단특허를 인용한 경쟁국의 특허 출원 증가세와 NPE의 소송증가를 강조하며 국내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콕스특허법인의 김정훈 미국변호사는 특허분쟁 유형별 사례와 대응전략에 대해, 법무법인 화우의 이근우 변호사 및 율촌 조세윤 변리사는 영업비밀 보호방안 및 IP-MIX 전략을 발표하며 디스플레이 업계에 필요한 수출시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을 설명했다.

    김용선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은 환영사에서 "첨단 기술로 무장한 우리기업의 글로벌 약진으로 우리기업에 대한 해외기업의 견제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지금, 두 전문기관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며 "본립도생(本立道生), 기초가 제대로 서면 자연히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게 된다는 말과 같이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가장 근본이 되는 핵심기술의 지식재산 보호를 위해 필요한 노력과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는 속담과 같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기술이 탈취되거나 유출돼 소송을 겪는 경우 결국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특허 보호에 대한 조직적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과거 한국이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의 원천기술을 개발했으나 해외 NPE에 로얄티를 지불하는 신세로 전락한 이유는 자체 기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특허전략 때문이라며, 최첨단 기술개발은 물론 유출 방지를 위한 특허 '양수겸장' 전략 수립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협회는 OLED, 무기발광(i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해외특허 및 분쟁동향 제공 등 기업 맞춤형 지원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며, 이와 더불어 국내에 부족한 해외원천 기술은 국제공동 R&D사업을 통해 내재화하는 등 국내 기술망을 촘촘하게 구축하는 전략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