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후 S-Oil 20%·HD현대 17%↑…원유 재고 평가가치 증가산유국 플랜트 발주 기대감에 기계·조선株도 올라원가 부담 상승에 항공株 타격 전망
  • 국제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여파로 올해 안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증시에선 원료비 상승에 따른 실적 타격이 예상되는 항공주와 수혜가 기대되는 기계·조선·정유주의 수익률 희비가 뚜렷히 갈린다.

    국제 유가는 19일(현지시각) 사우디와 러시아의 지속적 감산에 의한 공급 압박 징후로 3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95.26달러로 전날보다 0.9% 상승했다. 미국의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1.5% 상승한 배럴당 92.86달러를 기록했다. 가격은 지난 3개월간 약 25% 상승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자발적인 감산을 4분기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힌 후 국제 유가는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국제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여파로 올해 안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2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연내 100달러 유가 시대 도래를 예상한 가운데 씨티그룹도 지난 18일 100달러 돌파를 점쳤다. 

    씨티그룹 글로벌 상품부문 책임자 에드워드 모스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지정학이 단기적으로 유가를 100달러 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시장에서 석유를 제한하려는 사우디의 욕구를 러시아가 수출 통제 유지로 지원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유가가 더 오를 것임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유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면서 증시에서도 이 영향을 받는 섹터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정유주의 수익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7월부터 이달 19일까지 S-Oil은 20%, GS는 11%, HD현대는 17%, SK이노베이션은 5% 상승했다.

    통상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정유사엔 호재로 인식된다. 미리 구입해둔 원유 재고의 평가 가치가 증가해 재무구조가 개선돼서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 업황을 둘러싼 다양한 요인들을 감안할 경우 하반기 정제마진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유주 주가는 유가와 정제마진이 동시에 개선되는 국면에서 상승 폭이 큰데 현재 해당 구간에 진입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조선·기계업종 주가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 상승은 조선·기계 업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고유가를 기반으로 산유국들이 대규모 선박·건설·플랜트 발주를 늘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27%, HD한국조선해양은 4% 상승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올해 현재까지의 합산 해양 수주는 27억달러로 지난해의 4.7배 수준"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수주 금액에 따라 올해 국내 대형사들의 합산 해양 수주가 2015년 이후 최대량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에도 항공업종의 주가는 고전하고 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우는 각각 7%, 10%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도 12% 내렸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주가는 더욱 하락 폭이 깊다. 제주항공은 23%, 티웨이항공은 28% 급락했다.

    원료비 상승에 따른 실적 타격이 예상돼서다. 유가 상승이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항공사 매출구조상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항공유 구매 비용은 항공사 매출원가의 25% 안팎을 차지한다. 유류할증료가 올라 부담이 늘면 여행객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유류비 상승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말~10월초로 이어지는 연휴가 한 차례 더 남아 있어 당분간 국제선 수요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3분기까지 국제선 여객 수송 실적의 핵심이 일본 중심의 단거리 노선이었다면 4분기로 넘어가는 구간부터는 중국과 구주의 강한 수요 회복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