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2차전지·美 빅테크 등 테마주 상품 잇따라 선봬하락장 베팅 인버스 뭉칫돈 몰려…테마주 고점 신호 해석전문가 "테마형 ETF 위험 요인 주의 깊게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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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식시장 못지 않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지나치게 테마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테마형 ETF의 경우 이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종목이 많이 편입된 만큼, 상장 이후 수익률이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어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된 2차전지, 미국 빅테크 등 테마주 관련 ETF는 투자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ETF 내 편입 종목들은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급등하거나, 급등 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 KB자산운용이 선보인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는 지난 12일 상장한 이후 전날까지 6거래일 만에 순자산총액 105억원에서 1040억원대로 무려 열 배가량 늘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종목을 399억원가량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는 467억원어치 팔아치운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해당 ETF는 주요 2차전지 종목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에코프로를 비롯한 주요 2차전지주 주가가 최근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주가 하락을 예상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동시 상장한 'KBSTAR 2차전지TOP10' ETF의 개인 순매수액은 6거래일간 17억원에 그쳤다. 2차전지주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이 상품에 개인들이 투자한 금액보다 하락을 예상하는 상품에 투자한 규모가 27배 이상 많았던 셈이다.

    2차전지 테마는 올해 들어 가장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과열 논란 속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지난 7월 말부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주당 100만원을 넘어서며 '황제주'에 올랐던 에코프로의 시가총액은 최대 32조6988억원에서 전일 기준 23조6986억원으로 약 9조원(27.5%) 줄었다. 장중 153만9000원까지 거래됐던 주가는 현재 90만원선으로 40%가량 하락했다. 

    이밖에 한투운용이 지난 12일 출시한 'ACE 미국빅테크TOP7Plus' ETF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당 ETF는 미국 최상위 빅테크 10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상장한 지 하루 만에 미국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ETF 중 거래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ACE 미국빅테크TOP7Plus ETF는 상장일인 지난 12일부터 전일까지 6거래일 동안 총 842만6366주가 거래됐다. 

    이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미국 최상위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ETF인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KODEX 미국FANG플러스(H)’의 같은 기간 거래량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한투운용은 이와 함께 해당 ETF의 기초지수를 음(-1)의 1배 방향으로 추종하는 ACE 미국빅테크TOP7Plus인버스(합성) ETF를 상장, 빅테크 기업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모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 보유 종목은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들로, 이들의 주가 또한 연초 대비 빠르게 상승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ETF 업계에도 테마주 열풍이 불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들은 일반 종목보다 훨씬 빠른 상승세를 보인 종목들에 투자하는 만큼 주가 변동성이 클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테마주 ETF의 경우 편입 종목들이 뚜렷한 고평가 혹은 저평가 양상을 보이는 만큼 상장 이후 변동성이 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당대 유행하는 테마를 좇아 상품을 출시할 경우, 상장 당시 ETF에 편입된 종목은 시장의 관심을 과도하게 받아 결과적으로 고평가될 위험이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실제 국내 테마형 ETF의 상장 이후 수익률은 벤치마크 대비 저조한 반면 상장 전 테마형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의 수익률은 벤치마크 대비 높게 나타난다"라며 "투자자는 이러한 테마형 ETF의 위험 요소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