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지난달부터 순발행…한전 3개월 만에 발행 재개계절적 특수성 겹쳐…단기자금시장 자금 조달 여건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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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와 분기 말을 앞두고 은행채와 한전채 발행이 두드러지면서 채권시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단기자금시장 내 초우량물로 분류되는 은행·한전채 발행으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달 약 3조8000억원 규모의 은행채를 순발행했다. 이달에도 3조원 넘게 순발행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들은 강원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한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5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줄곧 은행채 순상환 기조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부터는 발행이 상환보다 많은 상황이다.

    증권가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늘어나고 작년 말 고금리에 유치한 예금 만기가 돌아오는 등 은행의 자금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채권 발행 규모를 늘렸다고 분석한다.

    은행채 발행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금리도 올랐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4월 연 3.8%대까지 내려갔으나, 지난 18일엔 4.485%로 상승했다.

    은행채가 순발행으로 전환한 가운데 한국전력공사도 3개월 만에 채권 발행을 재개했다. 이에 업계에선 은행·한전채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한전은 지난해 적자를 메우기 위해 채권 발행을 급격히 늘리면서 일반 회사채 수요를 빨아들이는 구축 효과를 발생, 채권시장의 혼란을 가중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이달 19일까지 한전채 발행량은 11조9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전채의 과도한 발행이 지적됐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감소한 규모다. 그러나 일반공기업 채권 발행에서 한전채가 차지하는 비중(MBS 포함)은 17.9%에 달하는 등 발행 비중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채 발행 잔액은 이달 19일 기준 68조45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51조1600억원)과 비교하면 24.09%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회사채와 한전채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고 있어 한전채 쏠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전채와 은행채는 일반 회사채와 비교해 신용도가 월등히 높은 만큼, 채권 투자자로서는 금리 수준이 비슷할 경우 한전·은행채를 택할 수밖에 없다.

    전일 기준 한전채 3년물 금리는 4.389%, 신용등급이 AA-인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4.641%를 기록했다. 연초 59.3bp(1bp=0.01%포인트)에 달했던 둘 간 금리 차이가 25.2bp까지 좁혀졌다.

    아울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기업어음(CP) 금리가 최근 3.79%, 4.02%까지 상승했다는 점 역시 은행·한전채 발행 증가를 더욱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CD와 CP 금리는 은행과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필요한 신용도 수준을 나타낸다. 이들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자금 조달 여건이 이전보다 악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최근 회사채 발행량이 줄어든 만큼 은행채와 한전채가 회사채 시장에 주는 물량 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은행채와 한전채가 약세 발행되고 있어 채권시장이 일부 경색되는 분위기는 감지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채는 주로 만기가 짧은데, CD와 CP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과 맞물려 단기 자금시장에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은행 자금 수요가 커지는 분기 말, 명절 연휴 직전이라는 시기도 부정적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