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송갑석 의원 최고위원 사퇴… 李 체포안 가결 후폭풍 확산새 원내지도부 구성해도 '식물국회' 불가피… 사법부 수장 공백·법안 등 올스톱 우려국정 발목잡기 세질 듯… 전문가 "미래산업 등 젊은이 쉽게 할 수 있게 개혁 서둘러야"
  • ▲ 빨간불 켜진 국회.ⓒ연합뉴스
    ▲ 빨간불 켜진 국회.ⓒ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당내 이탈표로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정국이 얼어붙다 못해 '정치실종'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가 총사퇴키로 한 가운데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계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그 여파로 당분간 '식물 국회'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부·여당이 '진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 로드맵 제시에 그치지 말고 실행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지난 23일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지 24일 만에 단식을 멈추고 회복치료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오는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는 단식 중단에 맞춰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응원 글을 올렸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과의 싸움은 중단하지 않는다. 새로운 싸움을 위해 단식 중단을 잘 결정했다"고 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대표님은 회복과 영장실질심사에 집중하고 우리가 함께 싸울 때"라고 했다.

    반면 비명계에선 송갑석 의원이 23일 지명직 최고위원에서 물러났다. 송 의원의 사퇴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송 의원은 비명계 모임인 '민주당의 길'을 통해 그동안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해왔다. 송 의원 사태로 민주당의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친명이 장악한 당 지도부와 강성 당원들은 비명계에 책임을 묻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제나라 국민이 제나라를 팔아먹었듯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의 대표를 팔아먹었다"고 비난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배신자, 독재 부역자들은 암적 존재"라며 "자신이 해당 행위 한 것을 공개하고 큰소리친 내부의 적부터 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새 원내대표는 오는 26일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곧장 여야 협상에 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파장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 표결을 위한 25일 본회의는 사실상 무산됐다. '사법부 수장' 공백이 예견된 셈이다. 현재 정기국회에서 예정된 다음 본회의는 11월 9일로, 여야가 다음 달에 일정을 잡지 못하면 대법원장 공백 사태는 최소한 한 달이 넘어갈 수 있다. 주요 경제·민생 법안은 물론 신임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도 파행을 빚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 ▲ 경기 둔화.ⓒ연합뉴스
    ▲ 경기 둔화.ⓒ연합뉴스
    문제는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여건이 녹록잖다는 데 있다.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통계를 보면 지난 7월 한국의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1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은 아직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 콜롬비아를 제외한 37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50.2%)와 에스토니아(-19.4%), 리투아니아(-16.4%)에 이어 네 번째로 컸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이른바 '30-50클럽' 7개국 중에서는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무역 등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이 글로벌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입은 OECD 회원국 중 감소 폭이 최고였다. 한국의 7월 수입은 1년 전보다 25.4% 줄었다. 수입이 20% 이상 줄어든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2위 핀란드(-17.9%), 3위 일본(-17.4%)과의 격차도 7%포인트(p) 이상 났다.

    수출입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OECD는 지난 19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한국의 성장률은 1.5%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20일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를 내려잡진 않았으나 이는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1.4%)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반기 들어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도 더딘 수출 회복세와 치솟는 국제유가에 점차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
  • ▲ 규제 개혁.ⓒ연합뉴스
    ▲ 규제 개혁.ⓒ연합뉴스
    일각에선 이런 어려운 여건에도 거야(巨野)의 경제·민생 발목잡기는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내부 혼란이 극심해지면 밖으로는 이를 숨기면서 멀쩡하게 일을 (잘)하고 있다는 티를 내야 하니까 (민주당이) 오히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현직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안 등을 더 세게 (반대)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윤 전 의원은 "이탈표는 (엄밀히 말해 민주당 의석수(168석)의) 4분의 1도 안 된다"면서 "(지난 8일) 민주당 설훈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바 있는데 당파성을 의심받을 땐 (대외적으로 지지세력에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더 세게 얘기해야 한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거나 반대로 꺼리는) 법안을 더 열심히 (반대하거나 적극 추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파업조장법'으로 불리는 노란봉투법의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민주당이 '보복 입법'하듯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정부·여당이 극심한 정국 혼란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면 개혁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반드시) 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추진할 정치적 리더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방향이나 청사진을 제시해 본 적이 없다"고 쓴소리했다.

    경제학 박사인 이성구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이사장도 "정부·여당은 중대재해법 등 문재인 정부가 망가뜨린 시장의 악법을 개혁하고 고치는 데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문재인 시즌 2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이사장은 "특히 부동산 개혁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교육·노동개혁과 달리 잘만 하면 반년 만에도 (개선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 바뀐 게 없다"면서 "(왜곡된 것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지표가 혼란스럽게 바뀔 수 있는데 괜히 손댔다가 그런 쪽으로 (지표가) 움직이면 욕을 먹을까 봐 가만히 있는 듯하다. 지금 우리 경제의 기반을 굳건히 할 때인데 (총대를 메고) 개혁할 용기 있는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윤 전 의원도 정부에 혁신을 주문했다. 윤 전 의원은 "(정부가) 구조개혁을 얘기한다. 당장 반도체 혁신 클러스터나 새로운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로드맵 등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정말로) 우리 젊은이들이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럴 수 있게 (여건·정책 등을)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사진을 보여주는 데 급급하지 말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게 (정책에 대한) 접근성과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