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10년물 5% 육박금융·외환시장 출렁코스피·코스닥 급락… 한국 채권금리 동조화환율 요동, 대출금리 상승… 기준금리 인상 뒤따를 듯한은 "시장 안정화 조치 나설 수 있다"… 개입 시사
  •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뉴시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뉴시스
    미국의 고금리 긴축정책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한국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이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간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80%로 마감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채권 금리 급등 여파로 미국 증시 3대 지수는 1%대 하락세를 보였다. 강달러도 여전해 달러인덱스는 작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07.35까지 상승했다.

    국내 금융·외환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전일 대비 0.267%p 급등한 4.297%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1360원대에 진입해 연고점을 재차 돌파했으며, 코스피는 2% 넘게 하락하며 6개월 만에 2410대로 떨어졌다.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본적으로 은행채(무보증‧AAA) 수익률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이러한 채권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를 따르는 경향이 짙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한미 양국의 국채 금리가 5년 이상 장기채에서 동조성이 높게 나타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국채나 은행채 등 국내 채권 금리가 따라 오르고, 대출금리 또한 상승하는 구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지난 2월부터 5회 연속 3.50%로 동결했음에도 대출금리가 지속 상승 추세인 이유도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은행 신용대출 금리의 산정 지표가 되는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 8월 1일 3.840%에서 지난달 27일 4.052%로 두 달새 0.2%p 넘게 급등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지표인 은행채 5년물도 같은 기간 4.253%에서 4.491%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은행권 대출금리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는 4.00~6.441%로 하단이 4%대로 올라섰고, 신규 코픽스 기준인 변동금리는 4.17~7.121%로 상단이 7.1%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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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 대출금리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현지에선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5.25% 사이에서 정점을 찍을 것이란 구체적 전망치까지 나왔다.

    미 연방준비제도위원회가 지난달 기준금리 '매파적 동결'을 단행하며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최근 미국 내 고용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것으로 나타난 점이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늦추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노동부가 지난 3일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8월 채용공고는 961만건으로 전월(892만건) 대비 69만건 늘었다. 이는 시장 예상치(880만건)를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다.

    이밖에 미 연준 이사들과 금융권 거물급 인사들의 잇단 매파적 발언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으며, 미 임시예산안 통과로 '셧다운' 리스크가 완화된 점도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전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7% 금리' 가능성을 언급했고, 마이클 바 미 연준 부의장도 지난 2일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앙은행이 연말 안에 한 번 더 금리 인상을 추진할지 여부보다 금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상승해야 하는지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미국이 연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며 "내년까지 고금리가 장기화 되면 국내 대출금리 또한 현재보다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주담대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출금리 상승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며 "대출 원리금 상환 압박에 가계 소비가 줄면 경기 부진이 장기화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미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유사시 시장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환율 변동 및 자본 유출이 심화될 경우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