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 3.7% 상승예상보다 높고 근원물가 안꺾여금통위·국감 임박… 이창용 '입' 주목
  • ▲ 국제유가와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3.7%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주유소 가격표ⓒ연합뉴스
    ▲ 국제유가와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3.7%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주유소 가격표ⓒ연합뉴스
    소비자물가가 두달 연속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가팔라 긴축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3.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이후 가장 큰 폭 상승률이다. 물가상승세는 OPEC+ 감산 연장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채소·과일 등 일부 농산물 가격이 이끌었다.

    8월과 9월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한은은 지난 8월 통화정책방향에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낮아졌지만, 8월부터는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물가상승률이 3% 후반까지 치솟고 다시 4%로 복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겹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주재한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유가와 농산물가격이 전월에 이어 오르면서 8월 전망경로를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석유류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여전히 강세인 것은 더 큰 고민이다. OECD가 차용하는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3% 올라 7월 이후 석 달 연속 동일했다. 한은이 당초 예상한 '완만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영향으로 금리인상 효과를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총재보는 "상품가격이 경직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물가는 한은의 통화정책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과 관련해 그 요인도 함께 기술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말까지 물가 전망경로에 국제유가 및 환율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발작 증세를 보이는 미국 채권금리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한은의 고민을 깊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오는 19일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결정방향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내놓을 메시지에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오는 23일 열리는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도 물가전망은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4일 시장상화 점검회의에서 "국내 금융·외환시장도 이러한 대외 여건의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국내 가격변수 및 자본유출입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