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TV시장 0.1% 수준서 못벗어난 8K...이후 시장 전망도 하향 조정EU 환경 규제로 신제품 출시 포기 제조사 속출…TCL·소니 퇴장LG도 출시국 축소...삼성만 명맥 잇는 상황 이어져
  • ▲ 삼성 2023년형 네오 QLED 8K ⓒ삼성전자
    ▲ 삼성 2023년형 네오 QLED 8K ⓒ삼성전자
    콘텐츠 부족으로 제대로 개화하지 못했던 8K TV시장이 유럽발 전력소비 규제 암초를 만나면서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TV 제조사들은 8K 신제품 출시를 접거나 아예 시도하지 못하고 있고 LG도 출시 지역을 축소해 명맥만 잇고 있다. 8K 시장을 이끄는 삼성만이 유일하게 신제품을 선보이는 상황에서 향후 성장 전망도 하향되는 분위기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8K TV 시장은 여러 악재를 만난 가운데 주요 제조사들이 신제품 출시 계획을 접으면서 의미있는 성장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기준 8K TV가 전체 TV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했을 정도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DSCC는 지난해 8K TV 출하량이 400만 대를 밑돌며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 600만 대 수준까지 성장하며 정체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이 장밋빛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도 설득력을 얻으면서 올해 8K 시장 성장 여부에 촉각이 곤두 선 상황이다.

    올해 8K 시장은 유럽에서 시작된 TV 전력소비 규제에 결정적으로 발목이 잡힌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은 친환경 정책에 따라 8K TV를 포함해 마이크로LED TV 등 높은 전력소비 제품에 판매 금지 수준의 강력한 규제를 적용했다.

    이에 삼성 등 8K TV 제조사들은 화면밝기(휘도)를 조절해 EU 기준에 맞는 신제품을 내놓으며 대응에 나섰다. 유럽을 시작으로 이 같은 친환경 정책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8K의 높은 화질은 유지하면서 전력소모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동시에 고화질 TV가 환경을 해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았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TV 제조사들이 8K 신제품 출시를 포기하거나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려 했던 계획을 접었다.

    글로벌 2위 TV 제조사로 올라선 중국 TCL은 지난 1월 올해 8K TV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일찌감치 8K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어 3월에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 LG와 함께 존재감을 과시하던 소니 마저 8K TV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 없다며 동참했다.

    아직 8K TV 제품을 한번도 내놓지 못한 파나소닉, 필립스, 비지오 등 또 다른 주요 제조사들도 시장 진출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이들은 아직 시장이 개화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강조하며 올해도 8K 제품을 선보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TV 양대산맥이자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과 LG만 여전히 8K를 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도 LG는 올해 8K 제품을 북미 등 일부 시장에서만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LG 주력 제품인 OLED TV의 경우 올해 8K 신제품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8K 시장은 물론이고 8K협회를 통해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삼성은 다양한 라인업으로 유일하게 판매량 확대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8K 시장 점유율은 77.8%로 독보적인 수준이지만 시장 전반이 정체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선 삼성도 제대로 된 사업 확대가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