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서 위세등등하던 공정위, 尹정부 출범 후 4개월간 수장마저 공백'카카오 먹통'으로 부활, 금융·통신·LH·사교육 등 전방위 조사로 존재감 뿜뿜출범 전부터 기획세무조사로 눈도장 찍은 국세청, 세수펑크 사태 속 로우키
  •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등 4개 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한 위원장은 최근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등 4개 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한 위원장은 최근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 '찬밥 신세'로 전락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이 1년 반 만에 부쩍 높아진 분위기다. 반면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기획 세무조사로 눈도장을 찍었던 국세청은 최근 들어 존재감이 급격히 떨어진 모습이다.

    윤 정부 1년 반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두 겡제 사정기관의 존재감이 이렇게 달라졌을까?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공정위의 위상은 어마어마했다. 지난 2017년 11월 당시 '재벌 저승사자'로 불렸던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회의에 늦자 "재벌들 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고 해명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다.

    당시 공정위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윤 정부 들어서는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막는 '규제'와 '압박'을 주도하는 부처로 낙인 찍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다. 문 정부에서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던 온플법 처리에 공정위는 사활을 걸었지만, 결국 현 정부에서 자율규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4개월간의 수장 공백 사태도 공정위 위상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 공정위는 윤 정부 출범 후 공정위원장 후보자도 늦게 지명됐지만, 지명됐던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마저 일주일 만에 자진사퇴하면서 수장 공백이 길어졌다. 이런 상황에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됐다.

    의기소침하던 공정위에 활력이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른바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하면서부터다. 윤 대통령은 이때 처음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 언급했고 공정위의 대응을 주문했다. 올 초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 논란이 일어났을 때는 공정위가 6대 은행의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과 고객수수료 담합 등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서며 보폭을 넓혔다.

    이후 금융권의 국고채 입찰 담합, 이동통신 3사 담합 의혹, 입시학원 등 사교육 카르텔, 엔터테인먼트의 불공정계약,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철근 누락 관련 감리업체 담합 의혹 조사 등 공정위의 전방위적인 조사가 확대됐다.

    또한 공정위는 최근 들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입시학원 등 사교육 관련 사업자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함과 동시에 브리핑에 나선 것도 기존의 관행과 절차를 벗어나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기정 위원장이 중요 사안에 대해서 직접 브리핑에 나서며 여러 사건에 대해 자세히 답변하는 것도 공정위 내부에선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공정위의 적극적인 행보에 한 위원장은 지난달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나 기업 압박용으로 조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부쩍 높아진 공정위의 위상에 정부 안팎은 물론 업계에서조차 긴장하는 모습이다.
  • ▲ 국세청이 지난 4월6일 불법 대부업자, 고액 학원 사업자, 고가 음식·숙박·유흥·레저사업자, 발전설비사업자 등 민생탈세자 세무조사 착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국세청이 지난 4월6일 불법 대부업자, 고액 학원 사업자, 고가 음식·숙박·유흥·레저사업자, 발전설비사업자 등 민생탈세자 세무조사 착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반면 국세청은 현 정부 출범 전부터 기획 세무조사로 눈도장을 찍었던 것과는 다르게 잠잠한 모습이다.

    국세청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해 5월3일 '민생침해 탈세자 89명 세무조사'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민생침해 탈세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과 상식은 윤 대통령이 대선 시절부터 밝히던 공약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윤 정부 출범 전부터 정권 입맛에 맞는 기획 세무조사를 통해 줄을 선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문 정부 시절에 부동산 관련 기획 세무조사를 수 차례 진행했던 국세청이 현 정부 들어서는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한 기획 조사를 수 차례 추진하면서 이런 의혹에 힘이 실렸다.

    올해 4월에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공정과 준법의 가치를 훼손하는 민생탈세자 세무조사'라는 타이틀로 브리핑을 하며 조사 대상에 전력 발전·설비업자를 포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브리핑에 나선 오 모 국장은 "국민 대다수가 국세청이 나서서 세무조사 해주길 바라는 '여론'이 있었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국세청은 지난 5월 역외탈세 관련 기획 세무조사 발표 이후 현재까지 기획 세무조사는 하지 않고 있다. 국세청이 짧으면 한 달, 길게는 두세 달 주기로 기획 세무조사를 해왔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는 경기침체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추진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작용한 데다, 최근의 역대급 세수펑크 사태도 국세청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작금의 세수부족 사태가 국세청의 잘못은 아니지만, 세입기관이다 보니 제 역할은 다하지 못하면서 세무조사만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 후폭풍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마른 수건 쥐어짜기 위해 기획 세무조사를 남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경제 사정기관의 행보나 존재감이 롤러코스터를 탄듯 부침이 심한 것은 정책·조직의 변화 때문이라기보다는 대외적인 여건 변화에 기인한 셈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국세청은 이슈에 앞장설 때마다 좋은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서 몸을 사리는 것"이라며 "반면 공정위는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독과점 문제 등을 다루다 보니, 최근 급부상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