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3형제' 조직기강 해이도 도마 위… 정직 직원 급여 지급·출장보고서 베끼기 등코레일-SR 통합 논란도 불거져… 野 "수서발 KTX·서울역발 SRT 국토부가 막아"
  • ▲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이른바 '철도3형제'로 불리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가철도공단(KR), 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안전 문제가 화두였다. 여야는 최근 수년간 벌어진 철도 사고를 언급하며 안전에 대한 책임의식을 집중적으로 따져물었다. 코레일과 KR의 조직기강 해이와 내부 카르텔 문제도 지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국토교통부 산하 6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코레일·KR·SR을 비롯해 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로지스, 코레일네트웍스 등이 피감기관으로 자리했다.

    이날 질의응답에 앞서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철도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한 사장은 "지난달 철도 파업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 국민의 안전하고 편안한 열차 이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전방위적인 경영개선 노력으로 올해는 영업손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재무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한영 KR 이사장은 "공정한 업무처리와 고강도 혁신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 전관 개입 등 공정성 저해 요인을 제거하고 다양한 개선 대책을 이행하겠다"면서 "강도 높은 혁신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철도 관련 안전사고와 직원들의 기강해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철도 교통을 위한 안전사고 예방과 대책 마련 등은 기관의 중요한 책무지만, 지난 2018년 이후 올 9월까지 발생한 철도 사고는 총 314건에 달한다. 이 중 대형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충돌사고가 5건, 탈선 사고 46건, 건널목 사고 54건 등이 발생했다"면서 인명피해도 심각하다. 철도 사고로 인한 6년간 사망자는 155명, 부상자는 109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사장은 "그동안 여러 문제에 대해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제가 부임하는 동안 (안전대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고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유지관리 부실 문제가 계속 대두된다. 올 1월 12명이 다치고 17억 원의 영업피해를 입은 무궁화 탈선사고가 발생했고, 광명역 선로전환기 장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 일어난다"면서 "철도 사고가 이렇게 발생하는 주된 이유가 뭐냐"고 질문했다.

    한 사장은 "노후화된 시설의 정비나 유지보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인적 오류가 겹치면서 (사고가) 나타난다고 본다"면서 "유지보수 미흡 지적은 당연히 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지보수의 효율이나 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이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이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레일의 '자기 식구 감싸기'식 행보와 직원 기강해이를 꼬집었다. 그는 "최근 5명의 직원이 근무지를 이탈해 경마장에 출입한 사건이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코레일은 이렇게 품위유지를 위반한 행위자들에게 총 1억59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게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냐"고 따져 물었다.

    조 의원에 따르면 코레일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6월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도록 권고한 내용을 수용하지 않고, 6개월여 뒤인 올 1월에서야 개정을 마쳤다. 코레일에서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들은 이 뒷북 개정 덕분에 6개월 동안 50%의 월급을 수령했다. 이는 일찌감치 개정을 마쳐 급여를 받지 못한 다른 기관과 대조된다. 조 의원은 "기강이 비어 있다는 뜻의 빌 공(空)자 공기업"이라면서 "이런 식의 제식구 감싸기는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KR의 기강해이를 정조준했다. 그는 "최근 KR 직원들이 32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유럽과 일본 출장을 다녀왔는데, 제출한 출장 보고서를 보니 국토연구원과 국토부의 보고서를 무더기로 베꼈다"면서 "공기업의 연수가 국민이 보기엔 외유성 해외출장처럼 굳어졌다. 이게 왜 근절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나름대로 사전에 조사를 충분히 하는 과정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공기업의 고질적인 '이권 카르텔'을 지적하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 조 의원은 "KR이 최근 출자한 회사 13개에 KR 퇴직자가 재취업한 수는 총 63명에 달한다. 이 중 10개 법인은 출자 지분이 0.6~0.7%대에 불과해 사실상 민간기업이나 다름없는 실정"이라면서 "이미 퇴직해 KR과 무관한 민간인을 출자회사에 재취업시키는 것은 대놓고 전관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꾸짖었다.

    김 이사장은 이를 정면 부인했다. 그는 "저희들이 출자를 했기 때문에 사업 인허가나 공단 지원 등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반박했다. 김 이사장은 '임직원에 공단이 추천한 자를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출자회사 협약서를 개정하라는 조 의원의 요구에도 "한번 검토해보겠다"는 애매한 대답을 내놨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코레일과 SR의 통합 문제를 언급했다. 장 의원은 국토부를 향해 "SR은 원래 (코레일과의) 경쟁체제 도입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 운영되고 있는 게 경쟁체제라고 볼 수 있냐"면서 "국토부는 사실 후견 역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후견체제가 경쟁체제의 허울을 쓴 상태로 있다 보니 내부적인 혁신이나 개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예전 수서발 KTX나 SR의 서울역 출발 시도 등도 오히려 국토부가 나서서 차단하면서 기관들의 생산적인 발전과 시도를 막았다"면서 "이런 폐쇄적인 후견체제를 어떻게 끝낼지 얘기하지 않으면 코레일과 SR의 통합 문제는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지홍 국토부 철도국장은 "사실 후견이란 말 자체가 나쁜 말은 아니다. SR뿐만 아니라 코레일도 여러 방식으로 계속 지원하고 있다"면서 "국토부는 철도 운영사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