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금리 16년 만에 5% 상회…고금리에 자금조달 부담서울 거래량, 전월 4분의 1 수준…2차 하락장 진입 '초읽기'집값 상승 피로감에 청약시장도 분양가 고공행진에 '냉랭'"수요자 부담 가중…연말까지 거래 둔화로 소강상태 지속"
  • ▲ 서울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231008 ⓒ연합뉴스
    ▲ 서울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231008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6회 연속 동결했지만, 미국발 '긴축 장기화' 조짐으로 시장금리가 들썩이면서 연내 주택담보대출 상단이 8%에 육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부동산 침체로 거래가 줄고 매물이 적체된 가운데 청약시장마저 시원치 않아 2차 하락장이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유지했다. 2월과 4월, 5월, 7월, 8월에 이은 여섯 차례 연속 동결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고금리로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이 늘어나면서 시중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신규 취입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달 3.82%로, 전월대비 0.16%p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NH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IBK기업·KB국민·한국씨티)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18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금융채 5년)는 4.14~6.584%로 나타났다. 변동금리(코픽스 신규)는 연 4.53~7.116%로, 상단이 9개월여 만에 다시 7%를 넘어섰다. 연 2~3%대 금리가 흔했던 1~2년 전 저금리 때와 비교하면 빚 부담이 2배 가까이 불어난 차주가 적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연 5.0% 선을 넘어선 데다 미국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은행권 수신 경쟁까지 맞물리면서 주담대 최고 금리가 8%에 근접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금리 예금 만기가 다가오고 국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담대 금리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레고랜드 사태 후 발행했던 은행채 만기가 도래하고 있어 주담대 최고금리 상단은 8%에 육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금리 기조는 서울·수도권 부동산시장에 악재로 작용해 거래량이 줄고 매물을 적체하는 등 2차 하락장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신고 건수는 467건으로, 8월 3844건, 9월 3243건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10월 최종 아파트 거래량은 11월 말 집계되지만, 남은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8월이나 9월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월부터 6개월 연속 3000건대를 기록하다가 이달 들어 주춤한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유난히 길었던 추석 연휴가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업계는 이를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마포구 A공인 관계자는 "명절이 끼어있더라도 통상 전화문의는 꾸준히 있을 수 있는데, 이달 들어 부동산을 찾는 손님이나 전화가 일절 없다"며 "금리가 높고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집값도 완전히 회복되진 않은 상태라 손님들이 집 살 타이밍이라고 판단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 10월17일 기준 아파트 거래량. ⓒ서울부동산정보광장
    ▲ 10월17일 기준 아파트 거래량.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거래가 줄면서 시중에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은 모두 7만6314건으로, 전월동기 7만3563건보다 2751건(+3.73%) 늘었다. 1월 5만2276건에 비해서는 45.9% 증가한 것이다. 매물이 7만건대까지 쌓인 것은 2020년 10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올해가 처음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데다 집값 상승 피로감으로 매물이 쌓이면서 연내 거래가 다시 살아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집값이 고점을 회복한 지역이든 아니든 공통적 현장 얘기는 거래가 없다는 것"이라며 "금리가 올라간 상황에서 매도자들은 집값을 낮추지 않고 있어 매수자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시장 열기도 가라앉고 있다.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높게는 수백대 1에 달했던 서울과 수도권 청약시장마저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 개봉'은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25.2대 1 경쟁률을 기록했음에도 계약 포기가 속출하며 미계약 물량 72가구가 다시 시장에 나왔다.

    16일 실시한 무순위 청약 결과 14.8대 1로 본청약보다도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 광명시 '트리우스 광명'은 18일 1순위 청약에서 일부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청약통장 가입자도 감소세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보면 9월 말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80만명이다. 올해 초 2638만명 대비 57만명(2.19%) 줄었다. 서울에서도 연초 611만명에서 지난달 601만명으로 9만명(-1.49%) 줄었다. 청약 1순위(0.5%)보다 2순위(3.2%) 가입자 수의 감소폭이 더 컸다. 이는 신규가입이 적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분양가도 올랐다. 연초부터 원자재 쇼크와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전국 건설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인상을 두고 시공사와 시행사간 갈등이 불거졌다.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분양가가 치솟으며 '역대 최고 분양가' 사례가 속출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발표한 지난달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전월대비 0.65% 상승한 3200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14.0% 올랐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급매물은 대부분 소진됐고 시세는 연초 대비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주담대 금리가 높아져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진 가운데 기존 아파트든, 신축이든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곳이 아니라면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연말까지 거래량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소강상태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이나 내년 초 약보합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공급 불안이 많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서울 기준 아파트 실거래가격 상승폭이 연말까지 13~15%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 하락분 22%를 상당 부분 만회할 것"이라며 "4분기 들어 대출 속도 조절과 금리상승, 급매 소진, 역전세난 등으로 상승률 둔화가 예상된다. 곧바로 약세로 가지는 않아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