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코스피 순매수에도 코스닥 '팔자' 여전6월부터 5조3천억원 순매도…5개월째 지속금리·중동지역 불확실성에 수급 불안…4분기 이후 귀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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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투자자들이 '셀 코리아'를 지속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 영향이 큰 외국인들의 수급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달러 환산 현재 코스피 지수대가 저평가 구간이라는 점에서 불확실성 해소 시 외국인이 다시 증시의 방향 전환을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64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줄곧 순매도로 일관하던 외국인들이 모처럼 국내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반면 코스닥에선 여전히 주식을 팔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코스닥 주식을 350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간을 넓혀보면 외국인 매도세는 추세적이다. 

    지난 1~5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12조원가량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6월부터 다섯 달째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며 5조3000억원가량 팔아치웠다.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주식 1조7120억원을 순매도한 외국인들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16거래일 연속 매도한 바 있다. 지난 17, 18일과 20일 코스피에선 주식을 사들였지만 코스닥에선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이달 12거래일 동안 외국인 순매도액은 1조4000억원이 넘는다. 

    지난 20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상위 종목은 2차전지와 관련된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대거 포진됐다.

    포스코홀딩스 4838억원, 에코프로비엠 4282억원, LG에너지솔루션 3662억원, 삼성SDI 2973억원, LG화학 2856억원, SK이노베이션 2154억원, 포스코퓨처엠 1543억원 순이다. 

    이 영향으로 증시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코스피는 7.2%, 코스닥은 12.8% 급락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대내외 불확실성 등이 이차전지, 엔터, 바이오 등 주도 테마인 성장주 중심으로 약세를 유발하고 있다"며 "수급상으로도 외국인이 시장에서 대형주를 중심으로 순매도를 하고 있다는 점도 증시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에서 발을 빼고 있는 건 우선 가파르게 오르는 미국 국채금리 영향이 크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5.001%를 찍은 뒤 4.9898%에 마감됐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 선 위로 올라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최근 증폭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스피가 고환율과 고유가 등에 취약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발 지정학 위험 확산과 고금리, 고유가 발작 및 인플레이션 우려가 잔존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그간 쌓여온 내성에 낮은 진폭의 위험회피와 위험선호를 반복 중"이라고 분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다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리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수급 공백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지상 전면전이 임박한 가운데 이란 개입 가능성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급등세가 주춤한 유가 역시 안정화 단계는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 단기전으로 그칠 시 글로벌 증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지정학적 불안감이 지속될 시 국내 증시에 상대적으로 비우호적인 수급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주가 조정과 원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외국인 수급에 대한 변화를 기대하는 시각도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관망이 강한 상황이지만 외국인 시각에서 현재 지수대는 저평가 구간"이라며 "달러 환산 코스피 지수로는 연초 저점까지 떨어졌다"면서 "확인해야 할 변수가 있지만 주가는 바닥 다지기 시도를 이어갈 것이고 방향 전환은 외국인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선 외국인은 4분기 이후 수출 회복과 함께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6월 이후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지만 아직 추세적인 모습은 아니어서 반전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인 수급은 환율이 안정되고 수출 등 실적이 개선되는 4분기부터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외국인이 과거 순매도 포지션에서 수출 바닥 확인 후 순매수 포지션으로 돌아섰음을 감안할 때 4분기 중 수출 회복을 모멘텀으로 외국인 수급 유입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