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형, IRP 중도인출 금액 1조 8452억작년 연간 1조 8181억 9개월 만에 넘어대출이자 부담, 물가상승 따른 생활고 영향
  • ▲ ⓒ김종민 의원실
    ▲ ⓒ김종민 의원실
    고금리, 고물가로 민생 경제 불안이 커지자 국민 노후자금인 '퇴직연금' 중도인출이 크게 늘고 있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누적된 확정기여형(DC)과 IRP 퇴직연금 중도인출을 한 가입자 수는 5만 1214명, 금액은 1조 845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중도인출이 발생한 퇴직연금 금액인 1조 8181억원에 비해 271억원 증가한 수치다. 심지어 올해 중도인출 금액은 3분기까지 집계한 수치여서 남은 4분기까지 현황을 더하면 올해 중도인출 금액 증가분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대의 중도인출 금액이 705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5754억원, 50대 4595억원, 60대 이상 569억원, 20대 476억원, 20대 미만 1억 500만원 순서로 나타났다.

    중도인출의 사유는 연령대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30, 40, 50대의 경우 가장 큰 폭으로 인출액이 증가한 사유는 부동산 취득이었다. 

    30대는 지난달까지 3802억원을 주택 구입 목적으로 인출해 3324억원이었던 지난해 대비 478억원이 증가했다. 40대는 약 4486억원으로 지난해(3922억원)보다 564억원이 늘었고, 50대는 2717억원으로 전년 동기(2241억원) 대비 476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생활고와 파산 또는 회생절차 목적으로 퇴직연금을 인출한 경우가 많아졌다. 

    60대 이상에서 올해 9월까지 생활고를 이유로 인출한 금액은 56억 4300만원으로 지난해 32억원에 비해 증가율이 75%가 넘게 급증했다. 회생절차는 9억 96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약 3억 8000만원, 파산선고로 인한 인출은 1억 800만원으로 5900만원이었던 지난해보다 약 2배 늘었다.

    주목할 점은 퇴직연금의 중도인출 현상이 올해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의 인출금액을 보면 2019년 2조 7758억원이었던 수치가 2020년 2조 6192억원, 2021년 1조 9403억원으로 2조원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도 1조 8182억원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였는데, 그 금액이 올해 다시 반등한 것이다.

    이는 계속되는 고금리 기조에 따라 대출이자 부담이 지속되면서 대출 비중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심리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고의 영향을 견디기 어려운 국민이 늘어난 현상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민 의원은 "퇴직연금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노후자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이용하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수단인데, 이를 중도에 인출하는 추세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보다도 현재의 불안에 따른 자금 수요가 더 커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중도인출의 사유가 주요한 경제 인구층인 30~50대의 주택 구입이나 60대 이상의 생활고, 파산 등에서 증가한 점에서 정부는 이를 심각한 민생 악화의 신호로 인지하고, 국민의 안정적 소득 확보와 민생 활력 제고 방안을 마련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