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野 사과 요구에 '타진요' 언급… 野 반발 심화野 "국감 뒤 국조 해야"에 與 "정쟁 그만, 국민 지겨워"원 "野 추천 전문가 포함해 검토 맡기고 결론내면 될 일"
  •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27일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두고 치열한 마지막 공방전을 벌였다. 야당은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몰아붙였고, 야당의 공세에 원 장관이 '타진요' 발언을 하면서 양측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국토부를 대상으로 종합 국감을 진행했다. 지난 10일 열렸던 국토부 국감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두고 정면 충돌했던 여야는 이날 종합 국감에서도 언쟁을 이어갔다. 특히 야당은 국토위 국감의 마지막 일정이란 이유로 이전보다 더욱 공세 수위를 높였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경기도 하남시와 양평군을 잇는 왕복 4차로 도로 건설 사업이다.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한 노선은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지만, 국토부는 경제성을 고려해 이를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꾸는 대안노선을 마련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강상면에 땅을 보유한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국감에 앞서 국토부는 대안노선의 비용 대비 편익(B/C)이 예타노선보다 높다는 근거 자료를 발표했지만, 야당은 이를 두고도 조작된 수치라고 부인했다. 현재 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 장관에 대한 사과 요구로 국감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국감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도로사업 난맥상이 심각한 상황임이 이미 드러났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국토부와 용역회사는 합리적인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대통령 처가 땅 인근으로 무리하게 종점 변경을 추진해왔다"면서 "원 장관은 무책임한 변명과 궤변, '날파리 선동' 비하, 엉터리 B/C 기습 발표로 일관되게 국회를 무시했다. 이날만큼은 원 장관의 사과를 반드시 받고 국감을 진행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맹성규 의원은 "이제 국감이 끝나고 나면 공방만 하다가 유야무야 끝날 가능성이 있다. 제대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면서 "국감에서 한계를 봤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양평 고속도로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발언 중 국정조사를 다수 언급했다.

    여당은 즉각 맞수를 놓으며 엄호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민생을 다뤄야 할 국토위에서 또 다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국민을 위해 써야 할 국회의원의 힘을 정쟁으로 허비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크다. 야당은 수개월 동안 양평 고속도로를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면서 "변경된 노선은 없고 현재 검토 중일 뿐인데 야당은 마치 정해진 것처럼 몰고 가면서 정쟁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국민들이 지겨워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같은 당 서범수 의원은 "확정된 것 하나 없고 핵심 내용도 없는 사항들을 갖고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데, 그와 관련해 드러난 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계속 정쟁화되는 것"이라면서 "진실은 없고 의혹만 거창하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연합뉴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연합뉴스
    민주당 소속인 김민기 위원장은 최인호 의원의 앞선 요구를 말미암아 원 장관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원 장관에게 사과를 요청한 횟수가 한 다섯 번쯤 된 듯싶다. 이젠 사과할 마음의 준비가 됐냐"고 물었다. 그간 국감에서 원 장관은 사과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원 장관은 "지금 넉 달째 양평 고속도로가 외압에 의해 특혜 변경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거가 단 하나도 나온 게 없이 지엽적인 사항들에 대해 우리 실무자들을 겨냥한 지적들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것은 타진요를 생각나게 한다"고 답했다. 타진요는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의 약칭으로, 일부 네티즌들이 미국 명문 스탠퍼드 대학교 출신인 가수 타블로에게 학력위조 누명을 씌운 사건을 말한다. 부당한 여론몰이를 뜻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김 위원장이 "타진요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원 장관이 "찾아보라"고 짧게 답하면서 야당은 더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장관으로서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답변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도 "저잣거리에서 누가 길을 물어볼 때 답변하듯 하는 게 위원장에 대한 태도냐. 굉장히 오만하고 거만하다"면서 "답변 태도를 지켜보겠다. 이게 마지막 경고"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논쟁에서 여야는 각각 '특혜 변경'과 '정쟁화' 등에 대한 상호 반론을 펼쳤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이) 정권이 바뀐 후 노선을 변경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변경된 노선이 없다. 대안노선을 두고 예타노선과 비교하는 중인데 마치 변경된 듯 호도하는 행동을 정쟁이라고 하는 것"이라면서 "김 여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주장에 대해 밝혀진 사실이 아무것도 없으니 4개월째 끌고 오고 있다. 애초 예타는 문재인 정부 때 통과했다"고 역설했다.

    조오섭 민주당 의원은 "자꾸 (여당이) 정쟁이란 말을 하지만, 사업에 있어 주무부처가 국토부인데 이게 왜 정쟁인지 모르겠다. 국토부 국감을 하는 데 있어 당연히 야당이 다뤄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한준호 의원도 "이상한 점을 캐는 게 의원들의 역할인데 이를 부정하면 안 된다. 야당의 역할은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 장관은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민주당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해 넉 달째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예타노선과 대안노선을 두고 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민주당의 의혹이 근거 없다는 게 밝혀지고, 앞으로 더 타당한 노선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여건만 되면 언제든지 저희는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원 장관은 "이미 당사자들이 나와서 충분히 답변이나 반박을 했던 사항이기에 그걸 되풀이하지 않겠다"면서 "(양평 고속도로 노선은) 민주당이 추천하는 모든 전문가를 포함해서 그들에게 충분한 검토를 맡기고, 그것에 따라서 결론을 내리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