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리뉴얼 거쳐 10월27일 오마카세 재오픈일식 스타일 버리고 한식과 양식 메뉴로 다채롭게 구성1인 가격 7만원… 주6일 디너로 운영
  • ▲ 교촌필방의 비밀스러운 입구. 큰 붓이 인상적이다.ⓒ최신혜 기자
    ▲ 교촌필방의 비밀스러운 입구. 큰 붓이 인상적이다.ⓒ최신혜 기자
    '치킨 오마카세'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최근이다. 오마카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치킨과의 조합이 유별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고, 1인당 수 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과연 적절한지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런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 1일 오후 5시경 이태원역 4번출구 인근 교촌필방을 직접 찾았다. 교촌필방은 지난 6월 교촌에프앤비가 처음 선보인 플래그십스토어이자 교촌치킨의 특화매장이다.

    오픈 당시 치킨 오마카세인 '치마카세'를 주력 메뉴로 내걸었지만, 8월 갑작스레 운영을 중단하고 10월27일 재오픈했다. 소비자 반응을 취합해, 약점을 보완해 새롭게 리뉴얼했다는 것이 교촌에프앤비 설명이다.

    '스피크이지(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숨겨진 가게)'를 표방하는 만큼, 들어서는 입구도 찾기 어렵다. "아주 큰 붓이 세워진 쪽을 찾으면 된다"는 주차관리인의 조언을 참고해 벽을 둘러보니 정말 입구가 등장한다.

    대형 붓 앞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태원에 위치하다보니, 외국인들의 포토존으로 급부상했다는 것이 교촌에프앤비 설명이다. 

  • ▲ 홀 한 벽면에 위치한 오마카세 입구. 정보를 모르고 가면 찾을 수 없는 구조다.ⓒ최신혜 기자
    ▲ 홀 한 벽면에 위치한 오마카세 입구. 정보를 모르고 가면 찾을 수 없는 구조다.ⓒ최신혜 기자
    붓을 힘껏 당기면 어두운 분위기의 통로와 홀이 등장한다. 사방이 붓으로 둘러싸여, 박물관에 온 느낌을 선사한다. 문제는 오마카세 공간 찾기다. 아무리 홀을 둘러봐도 별다른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동행한 직원이 식재료가 가득 진열된 한 쪽 벽면을 밀자,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나온다. 바로 오마카세존이다. 기존의 특색 없던 공간을 이번 리뉴얼과 함께 완전히 바꿨다. 콘셉트는 '묵암(嘿暗)'. 고요하고 어둡다는 뜻이다. 

    교촌필방 측은 재료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기 위해 어두운 인테리어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어두운 먹 느낌의 벽면에, 작은 화분들이 놓여있다. 한켠에는 얇은 물줄기가 흘러, 고요한 평화를 선사한다.

    오마카세 자리는 총 6석이다. 기존 7석에서, 음식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인원수를 조절했다. 착석하자, 위생봉투와 디너 코스, 주류가 적힌 메뉴판이 등장한다. 위생봉투 안에는 특이하게, 손 소독 젤, 머리끈, 가글 등이 들어있다. 섬세한 배려다.

    치마카세는 신선한 토종닭과 육계 특수 부위를 활용한 ‘8가지 코스 요리’, 총 10가지 요리로 구성됐다. 여느 치킨 메뉴와 다르게 토종닭을 쓴 점이 특색 있다. 
  • ▲ 맞이 3종. 왼편부터 근위초무침, 닭편육, 계선.ⓒ최신혜 기자
    ▲ 맞이 3종. 왼편부터 근위초무침, 닭편육, 계선.ⓒ최신혜 기자
    첫 메뉴는 맞이 3종. 입맛을 돋우기 위한 계선, 근위초무침, 닭편육 등이 가지런히 세팅돼나온다.

    계선은 얇게 저민 토종닭가슴살을 삼색채소에 말아 저온조리해 고소한 잣소스 위에 올린 요리다. 닭가슴살과 잣소스가 만나 다소 퍽퍽한 느낌이 있지만, 근위초무침의 새콤함이 금새 퍽퍽함을 잊게 하고 입맛을 돋운다.

    다음은 전채요리로 '새싹 삼 냉채와 닭가슴살'이 등장한다. 플레이팅부터 한 폭의 그림같다. 길게 늘어뜨린 새싹 삼 덕분인 듯하다. 닭가슴살은 저온 조리해 매우 부드럽다. 닭가슴살을 청귤소스로 버무린 냉채에 감싸 먹으면 된다. 새싹 삼을 한 입씩 베어물면 씁쓸한 감칠맛이 배가된다. 
  • ▲ 첫 코스 요리는 '토종닭 콩피&목살 숯불구이'다.ⓒ최신혜 기자
    ▲ 첫 코스 요리는 '토종닭 콩피&목살 숯불구이'다.ⓒ최신혜 기자
    첫 코스 요리는 '토종닭 콩피&목살 숯불구이'다. 동행한 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메뉴다. 기름에 장시간 조리한 토종닭다리가 가지소스 위에 멋스럽게 올려져있다. 파인다이닝 부럽지 않은 비주얼이다. 

    셰프가 눈 앞에서 직접 구운 얇은 목살은 매우 고소하다. 첫 입은 소금에, 이후는 자유롭게 파 소스, 와사비 등과 함께 먹으면 된다. 

    가지소스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가지향은 거의 없어 거부감이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 ▲ 두 번째 코스요리에서는 직접 소스로 붓칠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최신혜 기자
    ▲ 두 번째 코스요리에서는 직접 소스로 붓칠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최신혜 기자
    두 번째 코스로는 '속을 채운 닭날개 튀김'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요리다.

    이렇게 동그란데 닭다리가 아니라 닭날개라고? 하며 눈을 의심했는데, 토종닭 아랫 날개에 짤주머니로 새우살을 채워 튀겨낸 요리라고 한다. 한 입 베어물면, 새우살과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등이 매우 탱글하고 고소한 맛을 선사한다. 바삭한 껍질과 조화도 훌륭하다. 

    특히 이 요리에서는 교촌필방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붓칠'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벼루 모양 종지에 든 허니소스를 붓으로 찍어 봉긋한 닭날개에 고르게 바른다.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다. 다만 신나서 소스를 많이 바르면 너무 짜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 ▲ '특수부위 닭불고기'에는 막걸리를 활용한 겉절이, 떠먹는 막걸리가 나와 감칠맛을 더한다.ⓒ최신혜 기자
    ▲ '특수부위 닭불고기'에는 막걸리를 활용한 겉절이, 떠먹는 막걸리가 나와 감칠맛을 더한다.ⓒ최신혜 기자
    셋째 코스는 '특수부위 닭불고기'다. 코스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메뉴인 듯하다. 토종닭의 안창살, 등살, 넙적다리 부위에 매콤한 특제소스를 입힌 숯불구이다. 짭짤하고 매콤한 맛이, 토종 한국의 맛 그 자체다.

    이 메뉴에는 막걸리 식초로 버무린 미나리 겉절이와, 떠먹는 막걸리가 함께 제공된다. 떠먹는 고체 형태 막걸리는 처음 먹어보는데, 시큼한 맛과 식감이 영 적응되지 않는 듯했지만, 요리와 함께 겉들이다보니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게 된다. 알딸딸한 느낌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덤. 

    참고로, 교촌필방 치마카세에서는 각 요리에 어울리는 주류를 페어링할 수 있다. 주류 메뉴판을 참고해 와인, 막걸리, 맥주 등 원하는 주류를 주문하면 된다. 2만2000원 '페어링 코스'를 선택하면 맥주 250ml, 은하수 막걸리 1잔이 준비된다. 
  • ▲ '치킨버거'는 오독한 식감이 특징이다.ⓒ최신혜 기자
    ▲ '치킨버거'는 오독한 식감이 특징이다.ⓒ최신혜 기자
    네 번째 코스는 '치킨버거'다. '이렇게 다채로운 요리를 먹다 굳이 버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속단은 금물.

    이 버거는 토종닭의 다양한 부위에 닭가슴연골을 넣은 패티를 사용했는데, 아랫 부분에 볶은 톳을 깔아 식감이 매우 오독하다. 된장소스 베이스는 치킨 소스같기도 하면서, 달콤하고 매콤하다. 절대 기성 버거에서 느껴볼 수 없는 맛이다. 
  • ▲ '영양 솥밥 반상'은 실제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 좋은 메뉴로 꼽히기도 했다. ⓒ최신혜 기자
    ▲ '영양 솥밥 반상'은 실제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 좋은 메뉴로 꼽히기도 했다. ⓒ최신혜 기자
    이쯤 되면 코스가 끝날 법도 한데 갑자기 식사가 등장한다. 역시 한국인은 기승전 '밥'인 것인가. 심지어 매콤한 국물의 닭계장까지 등장한다.

    영양 솥밥 반상은 교촌에프앤비가 오마카세를 리뉴얼하며 각별히 신경쓴 부분이다. 포만감이 덜하다는 기존 오마카세 관련 소비자 평을 반영해, 충분한 포만감을 줄 수 있도록 솥밥 메뉴를 구성했다.

    숯불에 구워낸 토종닭 넙적다리와 뿌리채소(마·죽순·당근), 표고버섯에 닭육수를 넣은 영양 솥밥과 함께 닭계장, 달걀노른자를 넣은 간장 양념장, 김, 우엉절임을 함께 제공한다. 특히 나이드신 분들이 좋아할 만한 든든한 밥상이다. 
  • ▲ 크림브륄레와 캐모마일 차가 디저트로 나왔다.ⓒ최신혜 기자
    ▲ 크림브륄레와 캐모마일 차가 디저트로 나왔다.ⓒ최신혜 기자
    이제 정말 마지막. 디저트 시간이다. 이번 오마카세 요리를 담당한 임세훈 셰프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디저트"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크림브륄레는 커스터드 크림 위 바삭하고 쌉쌀한 설탕 카라멜을 수저로 톡톡 깨드려 먹는 재미가 있다. 함께 받은 캐모마일 차는 단 맛을 중화하면서도 포만감을 적당히 가라앉혀준다.

    리뉴얼 된 치마카세 가격은 1인당 7만원. 치킨 메뉴라고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오마카세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합리적이다. 기자가 직접 맛본 치마카세는 정식 오마카세다. 외려 일식 오마카세에서 맛볼 수 없는 희귀한 치킨 요리들을 기분 좋게 맛볼 수 있어 파인다이닝을 찾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교촌필방 오마카세는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진행한다. 1부는 오후 5시30분부터 7시까지, 2부는 8시부터 9시30분까지다. 예약은 캐치테이블을 이용하면 된다. 

  • ▲ 리뉴얼된 오마카세 공간 콘셉트는  '묵암(嘿暗)'. 고요하고 어둡다는 뜻이다. ⓒ최신혜 기자
    ▲ 리뉴얼된 오마카세 공간 콘셉트는 '묵암(嘿暗)'. 고요하고 어둡다는 뜻이다. ⓒ최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