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감사제로 감사보수 증가하고 품질 떨어졌다는 불만금융위‧금감원, 제도 재검토 및 폐지 요구 사실상 거절제도 폐지 법안 발의됐으나 계류…내년 본격 추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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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주기적으로 바꾸도록 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지정감사제)' 폐지 및 재검토가 올해도 물 건너가면서 국내 상장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상장사들과 금융당국은 지정감사제로 감사보수가 증가하고 감사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제도 폐지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사들은 금융당국과 상장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에 과도한 회계 비용 부담을 이유로 지정감사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도입돼 2020년부터 본격 시행된 지정감사제는 개정 외부감사법(신외감법)에 따라 도입된 제도다. 기업이 6년으로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이후 3년간 금융위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간 재계는 늘어난 회계 부담으로 인한 경영 고충이 심각하다고 호소해 왔다. 특히 감사 비용·시간 부담이 제도 시행 이전보다 2배 이상 늘고, 평균 감사 시간 또한 급증하면서 기업들의 회계 부담이 가중됐다는 평가다.

    실제 금융위‧금감원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전인 지난 2017년 상장사 한 곳당 평균 감사보수는 2017년만 해도 1억2132만원이었다. 그러나 시행 이후 약 5년 만인 2022년에는 2억7561만원으로 2.3배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평균 감사 시간도 약 57% 늘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올해 경기 부진으로 실적과 주가가 부진했는데 감사 비용과 시간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게 되면서 타격이 크다"라며 "특히 대기업 등 대형 상장사보단 중소형 상장사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기업들은 금융당국에 줄곧 지정감사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당국은 아직 정책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해당 제도의 재검토 및 폐지에 관한 목소리를 외면하는 모습이다. 

    실제 금융위는 올해 6월 회계 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으나 지정감사제를 현행 방식으로 유지한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금융위 측은 "주기적 지정제 시행 후 3년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정책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불충분한 점을 고려했다"라며 "정책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시점에 개선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도 지난달 상장회사협의회 회장단 및 회원사 임원들을 만나 회계·공시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으나, 지정감사제 재검토 및 폐지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이날도 상장회사협의회 회장단과 회원사 측은 "기업 부담이 큰 주기적 지정제는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금감원은 "정책 효과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가 확보되면 개선 여부를 금융위와 논의하겠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재계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신외감법 일부 개정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지정감사제 폐지안을 담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외감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엔 기존 지정감사제를 폐지하고 '의무 순환 감사제'를 도입하자는 개선안이 담겼다. 6년마다 감사인을 의무로 교체하되 기업이 자율적으로 감사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법안 소위에서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달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나면 사실상 올해도 지정감사제 폐지는 물 건너간 상황"이라며 "아마 내년 총선이 끝나고 나면 기업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는 의원들을 통해 새롭게 발의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금융당국과 재계, 회계업계는 지정감사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 모두 공감하고 있다"라며 "당장 폐지는 어렵더라도 해당 제도 관련 개선안에 대해선 논의가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