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마련 분주… 16일 종합대책 낸다서민·자영업·청년 방점… 출연금 늘릴 듯정상차주 피해 전이 우려… 총선 아젠다 되나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뉴데일리DB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뉴데일리DB
    '종 노릇', '갑질' 등 윤석열 대통령의 수위 높은 질타에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은행들이 내놓은 상생금융안이 마뜩치 않다는 의민데요. 한켠에서는 가계대출이 많다며 걱정하면서 서민 대출을 늘리라는 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건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만만치 않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했습니다.

    발언이 알려진 직후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 말이 대체 뭘 의미하는지 진의 파악하는데 법석이 났습니다.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하자 대출금리를 높이는 등 은행 문턱을 높이는 와중에 덜컥 나온 말이었기 때문인데요. 대출금리를 다시 낮추라는 얘긴지, 대출 증가세를 어느정도 용인해도 된다는 말인지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고 밝히면서 발언의 의중은 명확해졌습니다. 고금리가 지속되며 은행이 돈을 많이 벌었으니 그만큼 공헌도 늘리라는 말로 이해됐죠. 성과급, 희망 퇴직금 등 돈잔치 적당히 하고 서민들을 위해 각출하라는 얘깁니다.

    상황이 파악된 금융당국은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오는 16일 예정된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상생금융 시즌 2를 발표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여기서 금융지주마다 가져온 상생금융 보따리를 백가쟁명식으로 풀어놓은 뒤 국민들에게 알리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방점은 '서민 금융 확대'에 찍힐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이 소상공인과 청년층 등 취약계층을 여러차례 언급한 만큼 대책의 초점도 서민대출의 이자 감면과 상환 유예에 맞춰지는 분위기입니다.

    하나은행은 소상공인 30만명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계획을 서둘러 발표했습니다. 일정 기간 약 11만명이 납부한 이자를 캐시백 형태로 되돌려주는 내용입니다. 규모는 665억원 가량입니다. 또 은행이 선정한 금융 취약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1인당 최대 20만원, 약 300억원 규모의 에너지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내놨습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도 이번 주말 내내 회의를 열고 조만간 상생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취약계층의 대출금리를 깎아주고, 만기를 미뤄주는 방식이 거론됩니다. 자영업자의 공과금이나 임대료를 지원하는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 ▲ 한 자리에 모인 금융지주 회장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태오 DGB금융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뉴데일리DB
    ▲ 한 자리에 모인 금융지주 회장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태오 DGB금융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뉴데일리DB
    출연금 확대… 금융판 이익공유제 우려

    은행권 자체 상생안과 별개로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재원에 출연하는 은행 부담금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서민금융 생활제원에 관한 법률에는 금융회사는 대출금의 연비율 0.1% 내에서 서민금융 보완계정에 출연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현행 출연비율 0.03%를 0.06%로 두 배 늘리는 안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연간 출연금 1100억원은 2200억원으로 늘어나고, 법상 최대 한도인 0.1%까지 올리면 3700억원으로 껑충 뜁니다.

    이 외에도 은행권이 기존 프로그램이나 별도의 기금 및 분담금에 추가 출연을 통해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된다고 합니다.

    소상공인 외에도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에도 은행들의 동참을 독려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은행권 부글부글… 공공의 적 만들기 그만

    은행권은 단편적인 '이익 나누기'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엄연한 사기업을 공공재로 만들더니 이제는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운다는 논립니다. 정부의 개입과 압박이 반복될수록 금리 체계가 왜곡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든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어떤 곳인데 가만히 앉아서 손해만 보겠느냐"며 "서민·취약층 금융지원을 늘리면 정상적인 차주들의 대출이자만 늘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부실 위험이 높은 서민 대출을 늘리고 이자를 깎아주면 정상 대출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전이될 수 있다는 얘긴데요. 실제로 최근 은행 예대마진은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를 의식해 정기예금 금리는 묶어둔 상황에서 대출금리는 점점 오르고 있거든요.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상단은 7%를 넘은지 오랩니다.

    정부의 역할을 은행에 떠넘긴다는 불만도 많습니다. 인허가권을 쥔 정부가 은행들 독과점으로 규정짓고 비난하는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얘깁니다. 서민금융이야 말로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야 하는데 은행 재원에 손을 벌리면 건전성만 나빠질 것이란 비판입니다.

    은행의 이자 장사 비판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무작정 은행편을 들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대통령까지 나서 연일 은행을 비판하는 것 역시 흔치 않은 일입니다. 오래묵은 문제인 만큼 정치적으로 단박에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는 겁니다. 민주당도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해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자며 거들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에서 은행 때리기가 정치 아젠다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