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안양, 센터건립 백지화…유해성논란에 주민반발사업지연에 공사비부담 '쑥'…데이터시장 진출 빨간불현대·대우·SK에코 "정부차원 주민설득·인센티브 필요"
  • ▲ 아파트 단지에 내걸린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현수막. ⓒ온라인 커뮤니티
    ▲ 아파트 단지에 내걸린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현수막. ⓒ온라인 커뮤니티
    건설업계 새수익원으로 각광받던 데이터센터개발사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혐오시설'로 낙인찍히며 수세에 몰린데 이어 공사비인상에 따른 수익성저하로 추진동력마저 현저히 떨어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안정적 사업진행을 위해선 시행·시공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중·장기적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민반대에 부딪혀 개발사업에 난항을 겪던 데이터센터건립이 최근들어 상황이 보다 악화되며 퇴출위기에 놓였다.

    '김해 데이터센터건립사업'을 추진하던 NHN과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은 이달초 사업포기 입장을 공식화했다. 양측은 사업백지화 이유에 대해 "글로벌 경기변동 여파로 국내 건설원자재 및 인건비폭등, 금융환경 급변으로 개발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본사업은 경남 김해시 부원동 김해시청 맞은편 남해고속도로와 김해대로 사이 3만㎡ 부지에 5000억원을 들여 데이터센터와 주상복합아파트·공원·도로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앞서 NHN과 HDC현산, 김해시는 지난 2020년 6월 협약을 체결하고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때만 해도 부지 인근 아파트가격이 오르는 등 당시 지역사회에서는 데이터센터건립이 상당한 호재로 받아들여 졌다.

    하지만 인체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며 발목이 잡혔다. 지역환경단체 등은 "데이터센터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고 서버 냉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도시 열섬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지역민 채용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중립을 지키던 주민들의 이탈이  가속됐다.

    결국 2022년 환경예측 용역을 발주, 그해 4월 유해성논란을 일단락했지만 또다른 복병을 만났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사업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당초 시와 NHN, HDC현산이 협의한 공사비는 880억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자잿값과 인건비가 뛰면서 추후 산정된 공사비는 1800억원으로 훌쩍 늘었다.

    공사비가 3년새 2배이상 뛰자 시행·시공사가 발을 뺐고 사업은 전면 백지화됐다.

    효성그룹이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추진하던 데이터센터건립사업은 주민반대에 부딪혀 시작단계에서 무산됐다.

    효성은 2021년 6월 호계동에 있는 계열사 창고 1만2000㎡ 부지에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 데이터센터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지 인근에 위치한 호계동 '호계효성아파트' 입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이들은 데이터센터 건립시 소음과 전자파로 인한 건강상 피해가 우려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운동을 펼쳤다.

    사업이 잇따라 중단되자 건설업계에서는 향후 데이터센터시장 진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의 서버실. ⓒ네이버
    ▲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의 서버실. ⓒ네이버
    그동안 건설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목표로 데이터센터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전담조직을 신설해 데이터센터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우선 싱가포르 기업인 디지털엣지와 손잡고 인천 부평구 청천동 국가산업단지내에 국내 최대규모인 120㎿급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1조원으로 이중 SK에코플랜트 지분은 49%다.

    경북 포항시에 30㎿ 규모 데이터센터 4동을 구축하는 사업에도 참여중이다. 중국 데이터센터 기업 GDS에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경기 용인시 죽전동, 대우건설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GS건설은 지분 100% 자회사인 디씨브릿지를 설립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사업지 인근 지역주민과 사업주체에 대한 실질적인 당근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챗GPT 등 영향으로 데이터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데이터센터사업은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라면서도 "다만 주민반대와 이에 따른 공사지연으로 공사비부담이 불어나는 등 리스크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차원에서 데이터센터 유해성 관련 환경용역 결과를 선제적으로 발표해 주민우려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가 부연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정부 '지방분산' 정책에 따라 수도권외 지역에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경우 입주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건설사가 시공에 운영까지 도맡는 디벨로퍼사업이 트렌드인 만큼 공실발생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사회와 사업주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보다 확실한 '선례'를 만들어야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