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전기료 인상 결정… 선거 의식 가정용·소상공인용 동결한전, 2500억 부동산 매각·본사 조직 20% 축소인재개발원 64만㎡ 매각… 자연녹지→상업용 용도 변경한전KDN 지분 20%·필리핀 태양광사업 지분 전량 매각연내 488명·2026년까지 700명 추가 감축… 희망퇴직 병행
  • ▲ 전기 계량기 ⓒ연합뉴스
    ▲ 전기 계량기 ⓒ연합뉴스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는 9일부터 킬로와트시(㎾h)당 평균 10.6원(6.9%) 인상됨에 따라 대기업의 경우 최대 월 3억 원쯤의 전기요금을 추가로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용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용 전기요금은 국민 부담을 감안해 동결하기로 했다.

    가스요금의 경우 겨울철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동결하기로 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계약물량이 300㎾h 이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평균 ㎾h당 10.6원 인상하는 내용의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산업용(을) 고객은 4만2000호로, 전체 산업용 고객인 4만4000호의 95.5%에 달한다. 전체 이용고객 기준으로는 0.2%에 그치지만 산업용(을) 고객의 전력 사용량은 총 사용량의 48.9%에 달할 정도로 많은 편이다.

    한전은 시설규모에 따른 요금부담 여력을 감안해 전압별 인상 폭을 달리했다. 산업용(을) 고압A는 ㎾h당 6.7원, 고압B·C는 ㎾h당 13.5원 인상할 예정이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은 올해 4000억 원, 내년에는 2조80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산업용(을) 고객별 월 요금 인상분이 고압A의 경우 200만원, 고압B는 2억5000만 원, 고압C는 3억 원쯤으로 내다봤다. 고압C 고객은 모두 대기업이다. 이들은 이번 요금 인상에 따라 월 3억 원의 전기요금을 추가로 내게 될 전망이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대상에서 주택용과 소상공인용이 제외된 것에 대해 "물가와 서민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했다"며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로 인해 일반 가구, 자영업자 등 서민경제의 부담이 특히 큰 상황이므로 이번에는 요금을 동결하고 향후 국제 연료가격, 환율 추이 등을 살펴가며 요금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감안해 주택용과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을 동결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정부는 애초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인상해야 한전의 재정난을 타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올해 1·2분기 요금 인상 폭은 kWh당 21.1원에 불과했다.

    한전은 지난 2021년 이후 누적 적자가 47조 원에 달하는 데다 올해 상반기 부채는 201조 원 수준으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한전이 하루 부담하는 이자비용만 118억 원이다.

    강 차관은 이날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겨울철이 다가오고 난방 수요가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해 가스요금은 국민 부담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동결하기로 했다"며 "가스요금이 지난해 초 대비 총 5차례에 걸쳐 45.8%를 인상해 국민들의 부담이 매우 커져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 ▲ 한국전력 ⓒ연합뉴스
    ▲ 한국전력 ⓒ연합뉴스
    한편 한전은 이날 전기요금 인상과 더불어 재정난 타개를 위한 특단의 자구책도 발표했다. 오는 2026년까지 희망퇴직 등을 실시해 직원 2000명을 감축하고, 자산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브리핑을 통해 "초유의 경영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추가 자산 매각과 조직 혁신 등 특단의 자구책을 추진하겠다"면서 "25조7000억 원에 이르는 재정건전화 계획과 임금인상 반납을 포함한 자구책 등 기존에 발표한 고강도 대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 5월 발표한 자구책을 통해 '금싸라기땅'으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 소재 남서울본부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것에 이어,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인재개발원 부지를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인재개발원 부지의 현재 시가는 2500억 원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부지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자연녹지를 상업용 등으로 용도를 변경해 매각할 계획이다.

    한전은 현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전KDN의 지분 20%도 민간에 매각하기로 했다. 한전KDN은 한전의 자회사 중 하나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평가된다. 다만 지분 매각 전 국내 증시 상장을 선행해야 해 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전이 38%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필리핀 칼라타간 태양광 사업의 지분도 모두 매각한다. 해당 사업의 평가액은 500억 원 수준이다. 

    그동안 예고해 왔던 본사 조직 축소와 인력 효율화 등의 방안도 실행한다. 한전은 현재 '8본부 36처'인 본사 조직을 '6본부 29처'로 20% 축소할 예정이다. 유사 조직을 통합하고 비핵심 기능은 폐지해 본사 조직을 정예화한다는 복안이다.

    인력은 '공공기관 혁신계획'에 따른 488명 감축분을 올 연말까지 시행 완료하고, 오는 2026년까지 700명의 인원을 추가로 감축한다.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출 등 신사업을 위해 추가로 필요한 800명도 신규 채용하지 않고 본사와 사업소의 조직 효율화를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부장급 이상 간부들의 내년 임금 인상분 반납을 활용해 희망퇴직도 시행할 계획이나, 아직 재원이 마련되지 않아 구체적인 시점이나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내년 임금 반납분이 희망퇴직자에 대한 위로금으로 사용된다. 한전은 내년 임금 반납분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대로 해당 규모 내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