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9~10일 종합 정책질의… 한덕수·추경호 등 배석건전재정에 '교조적' 공방… 秋 "돈 더 쓰자는 게 교조적"野, R&D·새만금 삭감 비판… "尹 말 한마디에 칼질" 주장
  • ▲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 가운데 여야가 또 다시 '건전재정'이란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 기조를 두고 맞붙었다. 야당은 예산안이 감세와 긴축을 결합한 최악의 조합이라고 비판하며 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여당은 국가 채무를 더 이상 늘릴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이어갔다. 이날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종합 정책질의를 진행한다. 예산안은 이후 14일부터 감액·증액 심사를 연이어 거치고, 여야가 30일 전체회의에서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다음 달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재정 기조에 대해 거듭 공세를 퍼부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이번 예산안은 전체적으로 지역과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도, 청년들에 대한 미래도 없는 예산"이라면서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이끄는 게 아니라 감세와 긴축이 결합한 최악의 정책 조합이다. 마이너스 효과로 경제를 위축시키고 재정건전성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금 말씀하신 (지역·청년 등) 여러 사업의 필요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면 결국 국가 채무를 더 늘려서 (전임 정부와) 똑같이 진행하자는 얘기"라면서 "국채의 발행은 민간의 차입 금리 인상 등 각종 문제들을 일으키기 때문에 지금은 어렵더라도 재정건전성을 갖고 가야 한다"고 일축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예산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교조적이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정부가 너무 교조적으로 해석을 해서 특정 퍼센트를 정하고, 이 범위를 넘어서면 방만 경영이란 식의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책임과 의무의 범위 내에서 해야 할 일을 방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교조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을 접고 좀 더 실용적으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대해 자꾸 교조적인 철학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반대로 돈을 늘려서 쓰자고 계속 주장하는 것도 교조적이라고 칭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우리 정부는 빚을 내서 살림을 하고 있다. 여기서 재정을 더 늘리자는 것은 빚을 더 많이 내자는 것과 같은 표현"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고수했다.

    야당은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우리 경제성장을 상저하고라고 기대해 왔지만, 최근 한국은행의 보고서를 보면 여전히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전반적으로 크다고 말한다"면서 "이대로는 상반기에 평이하고 하반기에도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상평하평'이 될 듯하다. 여전히 상저하고를 주장하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추 총리는 "방금 인용한 한은 보고서도 대체적으로 소비와 수출이 나아지고 있지만 회복세가 좀 더딜 뿐이라고 얘기한다"면서 "최근 상반기의 어려움을 벗어나 우리 경기가 생산·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모든 지표가 다 그렇게 (회복세를) 가리키고 있다"고 확언했다.
  •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예산안의 쟁점 중 하나인 연구·개발(R&D) 예산과 전북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에 대한 공방전도 이어졌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올해보다 5조2000억 원(-16.6%) 삭감한 25조9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새만금 예산은 기존 6626억 원에서 내년 1479억 원으로 5147억 원(-78%) 삭감했다. 해당 사안들은 앞선 전체회의 등에서도 여야의 주 갈등 소재가 돼 왔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무려 82% 가까이 되는 R&D 사업들이 '기타 정책 여건을 반영했다'는 이유로 50% 이상 삭감됐다. 이 260개 사업들 개별로 어떤 정책 여건 때문인지 삭감 사유를 전부 댈 수 있냐"면서 "제가 보기엔 원칙이 없다. 지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비효율 사례를 확인해서 삭감하는 게 아니라, 일단 삭감해 놓고 비효율 사례를 제출하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사업별로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했다. 예를 들어 구인을 할 때도 여러 가지 이유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사람을 뽑지 않냐"면서 "지난해에 우수 판단을 받은 사업이더라도 여러 정책 여건 등을 고려해 다시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예·아니오'의 단답식 대답을 요구하는 조 의원과 이 장관 사이에 신경전이 오갔다. 이 장관은 자신의 말을 끊는 조 의원을 향해 "저도 이렇게 답변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도 말을 보탰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R&D 사업을 제로(0) 베이스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이후 4일 만에 비효율적인 부분만 콕콕 짚어 5조2000억 원을 잘라낼 수 있느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 일괄적으로 칼질했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그런데 국제협력 R&D 예산은 대통령의 확대 지시에 올해보다 1조3000억 원이 증액됐다. 결국 대통령 말 한 마디에 국제협력 예산을 늘리려고 국내 예산을 대폭 깎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부총리는 "글로벌 R&D 사업은 정부가 R&D를 구조개혁하는 과정에서 이런 분야의 R&D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와 전체 예산 속에 포함돼 있던 것"이라면서 "국내에서 우리끼리 폐쇄적으로 연구하기보다는 글로벌 기업과 함께 제대로 된 R&D를 해서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연구를 하자는 취지(로 증액했다)"라고 답변했다.

    새만금 예산의 화두는 전북에 지역구를 둔 여당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던졌다. 그는 "정부가 새만금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좋지만, 꼭 필요한 예산을 너무 깎은 부분이 없는지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민주당은 예산이 증액되면 우리가 해냈다고 얘기하겠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따지기 전에 정부가 먼저 필요한 예산이 있는지 선제적으로 나서서 살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새만금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국가 프로젝트 중 하나로, 경쟁력과 생산성 있는 장소가 되도록 반드시 계획을 잘 만들고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업 계획의 검토와 예산 등에 대해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답해 긍정적인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