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3 일부조합원 "신통기획 안해"…집행부와 소송전 성수정비구역 4개지구중 2곳 '조합장 공석'…선출전 잡음 삼풍아파트 신탁방식 찬성자 '전체 8분의 1 불과' 대치 "공사비 갈등 줄어드니 내부갈등 격상…국토부 개입요구"
  • ▲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전국 곳곳에서 도시정비사업 조합내 '집안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조합 내부갈등은 흔한 이슈지만 최근 시장침체와 공사비 인상 등 외부요인까지 겹치면서 빈도와 강도가 더욱 심화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빠른 사업추진과 그에 따른 공급난 해소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중재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합원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하거나 조합장이 해임되는 등 내홍을 겪는 정비사업장이 증가하고 있다.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지방자치단체와 갈등 등으로 사업이 더뎌지면서 조합집행부 또는 주도세력에 대한 불만이 가중된 까닭이다.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3구역은 설계사 재선정과 사업방식을 두고 조합집행부와 일부조합원들이 충돌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이곳은 설계사선정을 위한 재공모를 진행중이다. 문제는 앞서 서울시로부터 사기미수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당한 희림건축이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일부 조합원들이 '시가 사업에 과도하게 개입해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방식에 반기를 든 것이다.

    과도한 추가분담금과 기부채납으로 사유재산을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현재 신통기획에 반대하는 A씨를 비롯한 조합원 10여명은 지난 13일 조합장을 상대로 '설계자 선정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를 통해 필수절차인 설계사선정을 막아 신통기획방식 재건축을 중단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 내년 3월 만료를 앞둔 조합장 임기연장을 막기 위해 해임총회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수전략정비구역도 전망이 밝지만 않다. 개발방식을 둘러싼 조합원간 갈등으로 4개지구 가운데 2곳의 조합장이 공석인 상태다.

    먼저 4지구에서는 기존 조합장과 집행부가 초고층 설계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영세업체와 계약해 조합원 반대에 부딪혔다. 조합원들은 해당 조합장을 해임시켰으며 이달 25일 총회를 열어 새조합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조합장 선출전부터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전임 집행부 해임을 주도했던 조합원들이 조합장 선거준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을 두고 반대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후보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민원도 쏟아져 나오는 등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반면 3지구는 조합장이 벌금형을 받아 직위를 상실했고 1·2지구도 조합과 비대위간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조합과 시공사간 분쟁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편인데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전문가 파견제도까지 도입해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반면 조합 내부갈등은 정비사업 추진시 늘상 있는 '통과의례'처럼 여겨져 정부든 지자체든 관심도가 낮다"고 말했다.
  • ▲ 아파트 재개발 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재개발 현장. ⓒ뉴데일리DB
    최근 급증한 신탁방식 정비사업도 조합 내부다툼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달초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초구 삼풍아파트는 신탁방식 추진여부를 두고 조합이 둘로 갈라졌다. 올해 8월 삼풍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컨소시엄과 신탁방식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그러자 이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신탁방식에 찬성하는 이들이 전체 소유주의 8분의 1에 불과하다며 대치중이다. 현재 조합원들은 서초구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7단지도 신탁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7단지 정비사업 추진위원회(추진위)는 코람코자산신탁과 MOU를 체결하고 예비신탁사로 선정했다는 언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자 반대 측은 추진위가 소유주 투표를 거치지 않은 밀실계약을 통해 신탁방식사업을 강행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시장에서는 최근 격화된 조합 내부갈등이 주택공급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올해중 분양예정이었던 1261가구 규모 '청담르엘(청담삼익 재건축)'은 내력벽 철거를 둘러싼 조합원간 갈등으로 조합장이 자진사퇴하면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10월말 기준 인허가를 받은 민간주택 대기물량은 총 33만1000가구다. 이중 연내 분양예정물량은 15만7000가구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까지 주요이슈였던 시공사와 조합간 공사비 갈등이 점차 완화되는 반면 조합 내부갈등은 오히려 격화되는 양상"이라며 "조합장 해임이나 비대위 난립 등은 흔하디 흔한 일이지만 요즘처럼 고금리나 공사비 인상 등 외부변수가 많을 땐 사업이 아예 엎어질 가능성이 높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난 우려 해소를 위해 국토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면서도 "다만 형식적인 조합 합동점검 등은 오히려 조합원간 내분을 조장할 수 있어 섬세한 관리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