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41.6%는 MZ세대… 간편식·건강식으로 인기3월 리뉴얼 거쳐 식당, 카페 고급화… 스페셜티 커피까지 제공단체급식 인지도 급상승… 급식 매출 전년보다 20% '껑충'
  • ▲ 리뉴얼한 현대그린푸드 본사 구내식당 전경ⓒ최신혜 기자
    ▲ 리뉴얼한 현대그린푸드 본사 구내식당 전경ⓒ최신혜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저앉았던 단체급식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엔데믹 전환에 이어 고물가 기조까지 지속되며 구내식당 이용객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연령층도 젊어지고, 취향도 다양해졌다. 급식업계도 이에 발맞춰 기존 틀을 깨고 성장을 위한 본격적 변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편집자주>

    "오전 11시35분이 되면 점심을 먹기 위한 대기줄이 벌써 길게 늘어서기 시작합니다. 식당 오픈 시간 10분 전이지만,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한 편입니다." (이주홍 현대그린푸드 푸드운영기획팀 점장)

    구내식당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급식=맛없다'는 편견을 깨부수고 건강·트렌디함·다양함 등을 담은 새 메뉴로 다양한 연령층을 이끌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선 현대그린푸드. 지난 14일 용인 수지구 현대그린푸드 본사 3층에 위치한 구내식당을 직접 찾았다.

    사옥 자체는 살짝 낡았지만 3층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반전된다. 이곳에는 지난 3월 대대적 리뉴얼을 거친 구내식당과 사내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대형 쇼핑몰에 들어서있을 법한 트렌디한 외관. 규모도 제법 크다.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리뉴얼을 거쳐 기존 173평 구내식당 면적을 263평으로 대폭 확장하고, 좌석 수도 150석에서 291석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MZ세대 직원들의 복지와 편의를 위해 식음시설에 큰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린푸드 본사 직원은 총 480여명. 이중 만 33세(1990년생) 이하가 200명으로 41.6%에 달한다. 200명 중 여성직원 비율은 무려 67%에 달한다. 
  • ▲ 건강식 메뉴 '매운 돈육 배추전골과 당면사리'ⓒ최신혜 기자
    ▲ 건강식 메뉴 '매운 돈육 배추전골과 당면사리'ⓒ최신혜 기자
    메뉴도 일반 구내식당과 달리 특색 있고 다양하다. '취향'에 맞춰 '선택'하는 것을 좋아하는 MZ세대 감성과 잘 들어맞는다.

    이날 대표 메뉴는 건강식 A코스와 저탄소 B코스로 나뉘었다.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고싶어하는 직원들을 위한 삼삼한 건강식과 환경을 생각한 저칼로리 식단이다.

    A코스 메뉴는 '매운 돈육 배추전골과 당면사리'다. 귀리기장밥과 채소계란말이, 연근흑임자무침, 부추겉절이 등을 한 상에 꾸렸다. 제철 배추를 사용했고, 김치 대신 겉절이를 사용해 염도를 낮췄다. 통곡물을 30% 이상 사용한 잡곡밥으로 저당에도 신경썼다.

    이주홍 점장은 "한식 코너의 경우 직화 메뉴를 주로 사용한다"며 "기존 급식과 다르게 솥밥 등 즉석에서 '갓 지은 느낌'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인기 있다"고 설명했다. 
  • ▲ 현대그린푸드 구내식당 간편식 코너ⓒ최신혜 기자
    ▲ 현대그린푸드 구내식당 간편식 코너ⓒ최신혜 기자
    B코스는 '베지크럼블 비빔밥'으로, 미소장국과 모둠버섯퀘사디아, 유자해초무침, 깍두기 등으로 구성됐다. 비빔밥 토핑은 일반 육류가 아닌, 대체육을 사용했다.

    특이하게도 구내식당 입구 한 켠에는 간편식 코너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프로틴업, 수제코너, 페스코, 샌드위치, 그리팅 등으로 카테고리가 나뉘고, 각 메뉴와 걸맞는 건강음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돼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카테고리는 그리팅이다. 그리팅은 현대그린푸드의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다. 당뇨·암환자 식단을 비롯해 채식 간편식 등 다양한 제품들이 그리팅을 통해 출시된다. 

    이날 선보인 그리팅 메뉴는 '베지함박스테이크&구황작물구이', '베이컨포테이토 시저샐러드', '녹차제육볶음&해초영양밥', '치킨캐슈넛커리&귀리현미라이스' 등이다. 가벼운 한 끼지만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로 구성됐다.

    페스코의 경우 소, 돼지, 닭, 오리는 먹지 않지만 어패류와 계란, 오리알 등까지 섭취하는 수준의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다. 수제코너는 영양사가 직접 고안한 레시피의 건강 메뉴로 채워진다.

    프로틴업은 단백질 함량을 중요하게 여기는 직원들을 위한 카테고리다. 탄수화물 함량이 낮은 영국 직수입 그래놀라와 닭가슴살 등. 샌드위치 코너에는 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 제조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베이글을 올렸다.

    음료 코너도 웰빙 제품으로 꾸려졌다. 서울대 기술지주 자회사 밥스누와 그리팅이 협업한 '약콩두유', 유기농 ABC 주스, 제로슈거 콜라, 오트음료 등이 진열됐다. 
  • ▲ 페스코 간편식 메뉴 '아보카도 베지햄 덮밥'ⓒ최신혜 기자
    ▲ 페스코 간편식 메뉴 '아보카도 베지햄 덮밥'ⓒ최신혜 기자
    오전 11시35분이 되자 식당 입구에 길게 줄이 늘어선다. 한 눈에 봐도 젊은 층이 대다수다. 일부 직원들의 경우 간편식을 챙겨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별도로 취식하기도 한다. 60개의 간편식이 순식간에 동난다는 것이 현대그린푸드 설명이다.

    제휴영업팀 박진균(33)씨는 "평소 운동과 식단관리를 좋아해 페스코 메뉴를 즐겨 먹는다"며 "샐러드 등으로 채식할 수 있는 메뉴가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기자는 페스코 '아보카도 베지햄 덮밥'과 수제코너 '훈제오리 단호박샐러드'를 직접 맛보기로 했다. 테이블에 올려진 모래시계로, 15분의 시간을 측정하며 천천히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아보카도 베지햄 덮밥에는 현대그린푸드가 직접 제조한 대체육이 들어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체육처럼 특이한 향이나 맛을 함유해 거부감이 있지 않을지 우려했지만, 스테이크 소스 맛과 잘 어우러져 일반 고기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주홍 점장은 "대체육에 생소함이나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직원들을 위해 메뉴와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소스를 조합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훈제오리 단호박샐러드는 육류와 단호박 등 토핑이 매우 풍성히 들어가있어 포만감이 느껴진다. 다이어트를 원하는 여성 직원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을 듯했다. 
  • ▲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최신혜 기자
    ▲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최신혜 기자
    식사를 마친 후 식당 맞은편에 위치한 카페테리아를 찾았다. 3월 식당과 함께 리뉴얼을 마친 카페다. 이곳에서는 바리스타가 직접 스페셜티 커피를 내려준다. 가격은 2000원대로 일반 커피전문점보다 수 배가 저렴하다. 원두 종류는 2주마다 새롭게 바뀐다.

    같은 시각, 커피를 즐기는 대신 운동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체육시설에서는 '슬림핏' 건강교실 수업이 한창이었다. 현대그린푸드는 단체급식 사업 차별화 일환으로 건강 관리 기능을 접목한 단체급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식사처럼, 운동 프로그램도 모두 무료로 제공되는 데다 운동을 좋아하는 젊은 직원들이 많아 이용률이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 ▲ 구내식당 맞은편 사내 카페에서는 바리스타가 직접 스페셜티 커피를 내려준다.ⓒ최신혜 기자
    ▲ 구내식당 맞은편 사내 카페에서는 바리스타가 직접 스페셜티 커피를 내려준다.ⓒ최신혜 기자
    한편 현대그린푸드의 단체급식은 대외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며 사업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간편식 뿐 아니라 오프라인 맛집 등과 협업하며 급식 맛과 질에 있어 호평을 받고 있는 덕이다.

    최근 1년간 네이버·네오플 등 40여 기업의 단체급식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총 55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급식을 운영 중이다. 올해 1~3분기 단체급식 누적매출은 6739억원으로, 전년보다 20.2%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