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코스피 2조9천억원 순매수삼전·하이닉스 2조5천억원 뭉칫돈 쏠려환율 안정 호재에 외국인 수급 기대감 커져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팔자' 행보를 지속했던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순매수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자의 선택은 상반기 내내 부진했던 반도체주로, 연말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국내 주식을 3조780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7~10월 5조6077억원어치 순매도했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해당 기간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로, 1조948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 코스피 순매수액(2조9390억원)의 66% 넘는 수치다. 

    두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도 반도체 대형주인 SK하이닉스다. 외국인들은 이 기간 5563억원어치 해당 주식을 사들였다. 

    주성엔지니어링(827억원), HPSP(735억원), 한미반도체(459억원) 등도 외국인 순매수 20위 내에 포함됐다. 

    반도체주들은 업황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시의 2차전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올 들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글로벌 HBM 시장 내 경쟁력에서 1위 점유율을 보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삼성전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6만전자에서 횡보하는 등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최근 외국인들의 집중 매수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섹터에 연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장비주와 반도체 재료·부품주 섹터는 이달 들어 각각 17.7%, 15.1% 상승했다. 

    내년에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국 상장회사들의 이익이 급증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가 20%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MSCI 한국지수 편입 종목들의 총 주당순이익(EPS)이 향후 12개월간 58%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의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익 성장을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순이익이 3배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고 올해 적자의 늪에 빠졌던 SK하이닉스는 내년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매도 제도 금지로 외국인 이탈이 우려됐던 것과 달리 오히려 반도체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투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기간 외국인 매매비중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외국인 자금의 한국 주식시장 유출입 자체는 공매도 규제보다는 대외 악재의 완화가 중요했다"며 "반도체 정도가 수급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반도체 시장 규모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주영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3분기 연준의 금리인하가 예상되고 과거 20년 사이클에 비춰봤을 때 지난 10월 D램, 낸드 고정가격 동시 반등이 추세적 상승일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스마트폰, PC 출하량이 3년 만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10조원 투자 발표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마이크론도 HBM 캐파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글로벌 낸드와 파운드리 투자는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D램 제조사의 기술 발전 로드맵과 함께 가는 장비 업체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