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증가세 추월, HEV 인기 차종 출고대기 여전경제성·편의성 충족, EV는 물론 디젤 수요도 흡수토요타·렉서스 최대수혜, 수입차 지형도 바꿔
  • ▲ 부분변경을 거친 기아 쏘렌토는 사전계약 기준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90%에 달하는 걸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 부분변경을 거친 기아 쏘렌토는 사전계약 기준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90%에 달하는 걸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전기차 판매가 주춤한 사이 하이브리드가 대세로 떠올랐다.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아우르면서 높은 경제성과 편의성을 갖춰 인기몰이 중이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갖춘 현대차그룹 인기차종은 12월 계약기준 출고에 1년 가까이 걸리는 걸로 나타났다.

    아반떼 하이브리드가 12개월 이상으로 가장 대기기간이 긴 가운데 쏘렌토는 11개월 이상, 싼타페는 9개월가량 소요되며 쏘나타는 7개월 정도로 파악된다. 12월 중순 출시 예정인 신형 카니발은 사전계약 하루 만에 3만5000대 이상이 계약된 걸로 알려졌다. 이 중 90% 이상이 하이브리드로, 대기기간은 12개월 이상 필요할 전망이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출고 정체가 사라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미뤄지는 출고로 인해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뛰어넘기도 했던 반도체 수급난은 지난해 말 무렵 해소된 바 있다. 대부분 차종은 대기기간이 3개월을 넘지 않으며, 일부 하이브리드 차종도 대기기간이 1개월 내외인 걸로 확인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 통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승용차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는 10월까지 누적 31만976대로 지난해 대비 39.7% 상승했다.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다른 친환경 차종 판매량이 감소했음을 고려하면 더욱 돋보인다.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4.4% 감소했고, 수소연료전지차는 50.5% 줄었다.

    KAMA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부진 원인은 ▲충전 불편과 화재, 급발진 우려 ▲중대형 전동화 모델의 높은 가격대비 보조금 축소 경향 ▲전기차 업체 간 가격경쟁 돌입으로 가격 하락 기대에 따른 구매 보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목표 달성이 녹록지 않자 4분기 한시적으로 보조금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하이브리드 인기는 전기차로 가야 할 친환경차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연료 효율성을 바탕으로 경제성과 편의성을 모두 충족하면서 고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탑재 배터리를 늘리는 주행거리 싸움에서 동급 내연기관과 비슷한 가격의 ‘반값 전기차’를 필두로 한 가격 경쟁으로 바뀌는 추세다.

    특히 얼리어답터 수요가 전기차 구매를 어느 정도 하면서 이른바 '살 사람은 다 샀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제부터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인프라 구축 등에 회의적이거나 보수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어 수요 확대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후 경유차 폐차 등 상용차부터 디젤 파워트레인이 퇴출 수순을 밟는 가운데 해당 수요를 하이브리드가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의 3분기까지 누적 디젤 승용차 판매량은 7만6367대로, 전년 대비 21.5% 줄었다. 최근 부분변경을 거친 기아 쏘렌토와 카니발은 디젤 파워트레인을 단종시키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해외에서도 전기차 전환이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영향력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오히려 확대하는 모습이다. 올해 9월까지 글로벌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년 대비 42.3%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순수 전기차 판매 증가율(35.2%)을 앞선 수치다. 2019년 이후 연간 기준 하이브리드 판매 증가율이 전기차를 최초로 넘어섰다.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전동화 전환을 서두르던 국내 제조사들도 하이브리드 차종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중형 하이브리드 SUV 신차를 개발 중이다. KG모빌리티도 2025년 토레스 하이브리드 출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 인기는 국내 수입차 브랜드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높은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가진 토요타와 렉서스가 수혜를 보고 있다.

    토요타는 11월까지 7602대, 렉서스는 1만2191대로 각각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30.6%, 86.6% 늘어났다. 렉서스는 일찌감치 수입차 1만대 클럽 복귀를 확정 지었다. 브랜드 합산 판매량은 4년 만에 BMW와 벤츠에 이어 수입차 빅3에 올랐다.

    수입차 전체 판매가 3.9% 감소하는 등 주요 브랜드들이 고전하는 상황과 상반된다. 렉서스는 수입차 브랜드 5위에 올랐으며, 볼륨모델 ‘ES300h’는 11월까지 7178대를 판매해 베스트셀링카 순위에서 3위를 차지했다. 토요타도 신차출시 효과에 힘입어 라브4와 캠리, 시에나 등 주요 차종 판매량이 모두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전동화 전환 국면에서도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는 전기차와 비교해 초기 구매 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유지비용에서도 경쟁력이 높아 소비자들의 선택이 집중되고 있다”며 “최근 전기차 증가세가 완만해지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의 영향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