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급 패션 브랜드시장 성장률 3.7% 그쳐'한풀이식' 소비 끝…경기불황 겹쳐 판매량 '뚝'재고 누적에 고급화 제동…할인판매 '만지작'
  • ▲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연합뉴스
    ▲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복 소비'를 타고 급성장한 세계 고급 패션 브랜드시장이 경기 둔화 여파로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판매 부진에 재고가 쌓이면서 할인판매 재개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명품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고급 패션 브랜드시장의 올해 매출액은 3620억 유로(약 514조원)로 전년대비 성장률이 3.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명품 시장 규모는 팬데믹 2년째인 2021년 31.8%, 지난해 20.3% 확대됐지만 올해엔 5%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한풀이식' 소비에서 벗어난 데나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의 경기가 가라 앉으면서 소비심리가 꺾인 까닭이다.

    유럽 온라인 명품 쇼핑몰 '마이테리사'는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최악의 시장상황을 겪고 있다"며 "3분기 말 기준 재고가 1년 전보다 44% 급증했다"고 밝혔다.

    버버리의 경우 백화점에서 팔리지 않은 재고를 도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패션기업들은 재고가 쌓일 경우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통해 이를 소화한다. 하지만 고급 이미지를 지켜야 하는 명품 브랜드는 할인판매를 꺼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할인판매에 적극적인 독립 소매점이나 온라인 쇼핑물에 제품을 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컨대 프라다는 도매상에 대한 의존도를 2018년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이를 통해 본사가 가격을 완전히 통제하는 자체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면서 자사 매장 내 할인판매를 중단했다. 경쟁사 구찌도 마찬가지다.

    비공식 재판매상으로의 제품 유입을 차단하는 데에도 공을 들여 왔다.

    비공식 재판매상은 통상 상대적으로 명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소매업체 등지에서 재고를 사들인 뒤 가격이 최대 33% 이상 높은 한국이나 홍콩에 되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명품업체들은 소매업체와 계약시 '재판매상 판매 금지' 조항을 넣기도 했다.

    문제는 판매 부진에 재고가 쌓이면서 이같은 고급화 전략을 고수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몇달간 비공식 재판매상들이 명품업체들로부터 재고 판매를 제안하는 연락을 받는 징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명품업체들은 재고를 헐값에 팔지 않고 아예 태워버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패션 제품 소각을 법으로 금지하면서 이런 방식도 여의치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