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약세 이어가자 레버리지 ETN 30% 가까이 급락오펙플러스 감산에도 中 침체·美 원유 생산 증대 영향당분간 유가 반등 어려워…사우디 증산 정책 선회 가능성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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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 떨어진 국제유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유가 상승을 기대하고 유가 선물 레버리지 상품에 베팅했던 개미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는 2.71달러(3.8%) 하락한 배럴당 68.61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1일 기준 80달러 초반이던 국제유가는 지난 7일 심리적인 지지선인 70달러선을 뚫고 내려간 뒤 좀처럼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와 글로벌 공급 과잉 등 우려로 급락했던 지난 6월 만에 최저치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오펙플러스)의 자발적인 감산 발표에도 이행 가능성이 작다는 회의론이 커지면서 국제유가 하락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은 증대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산유량은 하루 1300만배럴을 넘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 우려도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소다.

    무디스는 최근 중국 지방 정부와 국영 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부동산 시장 침체를 거론하며 중국의 국가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이다.

    이에 원유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상품들의 수익률도 부진한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12일까지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는 13.0%, 'KODEX WTI원유선물(H) ETF'는 12.9% 하락했다.

    원유 선물가격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ETN 상품들은 더 부진하다.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은 27.9% 내렸다. '하나 S&P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등도 마찬가지다.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권엔 해당 레버리지 상품들이 포진해 있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순매수 4위로, 개인들은 이 기간 6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또한 '신한 레버리지 원유 선물 ETN(H)'의 개인 순매수액은 37억원어치로,순매수 상위 6위에 올랐다.

    문제는 당분간 유가가 유의미하게 반등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사우디가 미국의 원유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셰일 업체들을 정리하기 위해 증산으로 정책을 선회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증산을 통해 원유 가격을 셰일업체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지면 재무상태가 부실한 기업들이 파산하면서 장기적으로 감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시나리오에 불과하지만 사우디가 미국 셰일업체들을 정리하기 위해 증산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 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