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1월 소비 10.1%↑·생산 6.6%↑ 깜짝 회복… 당국 "경제 호전"1~11월 고정자산투자 2.9% 증가 그쳐… 부동산개발 9.4% 줄어소비자물가 0.5%↓·생산자물가 3.0%↓… '디플레' 우려 불식 못 해부동산 버블·미중 갈등·청년실업 하방위험… 폐쇄적 정책도 불안 가중
  • ▲ 식사하는 베이징 시민.ⓒ연합뉴스
    ▲ 식사하는 베이징 시민.ⓒ연합뉴스
    내년 글로벌 경제 회복의 열쇠를 쥔 중국 경제가 당국의 낙관론과 최근 경제 지표 호전에도 위기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서방에서 중국 위기론을 언급하는 것을 일종의 정치 공세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장기 침체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는 중국 경제에 대한 하방 압력을 높이는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중국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6.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평균(5.6%)을 1.0%포인트(p) 웃도는 수준이다. 증가 폭도 전달(4.6%)보다 확대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장비제조업 생산이 1년 전보다 9.8% 증가하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전기자동차(EV)를 중심으로 자동차 생산은 23.6% 급증했다. 태양전지(44.5%)·로봇(33.3%)·집적회로(IC·27.9%) 분야 생산도 크게 늘었다.

    소비동향과 내수 경기의 가늠자인 소매판매도 증가했다. 11월 소매판매액은 4조2505억 위안(778조 원쯤)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1% 늘었다. 증가율은 지난 4월(18.4%)과 5월(12.7%)에 비해선 낮았다. 다만 8월(4.6%)과 9월(5.5%), 10월(7.6%)에 이어 상승 폭은 확대됐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액도 총 42조7945억 위안(7835조 원쯤)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7.2% 증가했다. 생산과 소비 지표가 개선 흐름을 보인 것은 지난해 말 '제로 코로나'(봉쇄정책) 기저효과와 중국 당국의 부양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 중국 베이징의 건설 현장.ⓒ연합뉴스
    ▲ 중국 베이징의 건설 현장.ⓒ연합뉴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11월 누적 고정자산투자는 총 46조814억 위안(8433조 원쯤)으로 지난해보다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정자산투자는 공장·도로·전력망·부동산 등 자본 투자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시장의 증가율 전망치는 3.0%였다. 증가 폭은 1~10월 누적과 비교해 제자리걸음을 했다. 올 들어 9월까지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3.1%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10·11월 투자는 다소 부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분야별로 보면 인프라는 1년 전보다 5.8%, 제조업은 6.3% 늘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근간인 부동산은 개발 투자가 9.4% 줄었다. 11월 누적 전국의 분양 주택 판매 면적·판매액도 각각 8.0%, 5.2%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글로벌 경제 회복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 경제는 지난 8월 매출 1위 부동산 개발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확산하면서 불똥이 부동산 신탁회사 등 금융권으로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는 등 연쇄 디폴트 위기가 자칫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2021년 중국 3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의 파산 위기로 거품 논란이 촉발된 이후 부동산 개발기업의 연쇄 디폴트 위기가 부동산 시장 붕괴를 가속해 중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부동산 시장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쯤을 차지한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좀체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수도 베이징과 '경제수도' 상하이는 주택 구매 규제 완화에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베이징은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매수 계약금 비율을 집값의 30%로 낮추기로 했다. 기존 35~40%에서 최대 10%p 내린 셈이다. 또한 두 번째 주택의 경우는 도심 구역은 50%, 비도심 구역은 40%로 각각 낮춘다. 현재는 구역과 주택 규모에 따라 계약금 비율이 60~80%에 달한다.

    상하이도 생애 첫 주택과 두 번째 주택 구매자의 매수 계약금 비율을 각각 집값의 30%와 40%로 낮추기로 했다. 초기 주택 구매 자금 부담을 낮춰 부동산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려는 의도다. 중국 당국은 지난 9월 과거 주택을 샀었더라도 현재 무주택자라면 생애 첫 주택 구매와 같은 우대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부동산 살리기에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구매자들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난과 건설 지연 등에 놀라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중화권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내 주요 70개 도시의 신축주택 가격이 전달보다 평균 0.3% 내렸다. 낙폭은 9월 0.2%, 10월 0.3% 등으로 확대하는 분위기다. 1년 전과 비교해서도 0.2% 떨어져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70개 도시 중 신축 집값이 오른 곳은 9곳으로, 전달보다 2곳 줄었다. 84%인 59곳은 집값이 하락했다.
  • ▲ 취업박람회의 구직자들.ⓒ연합뉴스
    ▲ 취업박람회의 구직자들.ⓒ연합뉴스
    걷히지 않는 'D의 공포'도 여전하다. 11월 소매판매가 예상치에는 못 미쳤으나 증가세를 보였는데도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0.5% 떨어졌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전달과 비교해서도 0.5% 하락했다. 생산자물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보다 3.0%, 전달보다 0.3% 각각 떨어졌다. 지난해 10월(-1.3%) 이후 14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디플레 우려는 부동산 거품 논란이 확산하면서 제기돼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월30일(현지시각) 중국 전역에 디플레 징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수출입 규모는 반등의 조짐을 보이지만, 부동산 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모멘텀(성장 추진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런 모습이 과거 장기 침체의 길을 걸었던 일본의 상황과 닮았다고 경고한다. 일본은 1990년대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붕괴하면서 기업과 가계가 빚을 갚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위축된 소비는 다시 생산과 고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중국의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급성장해 왔으나 이제 더는 고속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5일 올해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5%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오는 2026~2030년에는 평균 3.8%로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할 거로 내다봤다. 지난달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중국이 올해는 5.2%의 성장률을 보이겠지만, 내년에는 4.7%로 5% 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설상가상 무디스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상상 이상의 부채를 진 중국 지방정부와 국영기업 문제, 부동산과 금융 위기, 경제 성장률 저하 등을 등급 전망 하향 조정의 이유로 꼽았다. WSJ은 지난 5일(현지시각)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인용해 중국 내 공식 통계에 안 잡히는 정부의 '숨은 부채'가 7조~11조 달러(한화 9100조~1경4400조 원쯤)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재정부는 무디스 결정에 실망했다며 부동산 부문과 지방정부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을 위시로 서방에서 위기론으로 중국 흔들기에 나섰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시장에는 이미 불안감의 씨앗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경제·안보 이슈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과 대립이 지속하는 가운데 부동산·금융 시장 위기 장기화 등으로 인해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경기 회복세가 견고해지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시각에는 중국의 폐쇄적인 정책도 한몫 거든다. 중국 당국이 11월 실업률을 발표하면서 16~24세 청년실업률 등은 비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실업률이 5.0%로 9월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이대별 실업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지난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은 7월 통계부터 청년실업률 발표를 중단했다. 언제 공표를 다시 한다는 얘기도 없다. 류아이화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청년실업률 관련 방법·제도 개선을 진행 중"이라며 "통계 작업이 완비되면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청년실업률을 중국의 내수와 연관 지어 해석한다. 청년층은 중국 내에서 가장 소비를 아끼지 않는 인구층으로 분류된다. 청년실업률은 이들의 주머니 사정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질소득의 부족은 소비 심리 위축과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 ▲ 위안화.ⓒ연합뉴스
    ▲ 위안화.ⓒ연합뉴스
    한편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은행 유동성 공급과 정부 채권 발행 등에 대비하고자 1조4500억 위안(266조 원쯤) 규모의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운용한다고 16일 중국 증권일보가 보도했다. 만기가 닥친 6500억 위안(119조 원쯤)의 MLF 만기를 연장하고,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인 8000억 위안(147조 원쯤)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이다.

    인민은행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500억 위안(9조 원쯤)의 단기 유동성도 투입한다.

    중국 당국의 이런 조처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하는 데다 내수 회복 속도도 더디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활력을 꾀하려는 조처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