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서 무차별적 민간선박 공격 중… 아프리카 우회 머스크·MSC, 수에즈 대신 희망봉 선택 화물운임 인상 이어 전면 운항 중단 우려
  • ▲ 예멘 후티 반군 측이 공개한 영상 사진에 지난 19일(현지시각)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후티군 병사가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에 승선해 조타실로 접근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기업이 보유한 선박을 모두 나포하겠다고 위협한 뒤 예멘 연안 홍해에서 화물선을 나포했다. ⓒ뉴시스
    ▲ 예멘 후티 반군 측이 공개한 영상 사진에 지난 19일(현지시각)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후티군 병사가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에 승선해 조타실로 접근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기업이 보유한 선박을 모두 나포하겠다고 위협한 뒤 예멘 연안 홍해에서 화물선을 나포했다. ⓒ뉴시스
    글로벌 해운사들이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를 피하면서 연말 연초 전 세계적 물류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해 무차별적으로 민간선박에 공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2대 해운사인 머스크(Maersk)가 15일(현지시간) 홍해를 통한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 

    머스크는 전날 소속 선박인 '머스크 지브롤터' 등 후티 반군에 공격받은 데 따른 조처라는 성명을 냈고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경로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 해운사 MSC 역시 수에즈 운하 동쪽 방향과 서쪽 방향으로 운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MSC는 일부 선박 운항이 희망봉을 거치는 것으로 변경될 것이며, 이에 따라 수에즈 운하로 운항하려던 선박의 경우 운항 일정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 하파그로이드 역시 이 항로 이용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파그로이드의 닐스 하우프트 대변인은 "수에즈로 향하는 선박이 (예멘과 접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야만 한다는 점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벌어진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에서 예멘 반군의 공격을 받은 선박은 최소 8척에 달한다. 

    홍해의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와 이어져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상품 무역량의 약 12%를 차지하는 주요 해상 수송로다.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의 지름길로 이용된다. 

    이 항로를 통하지 않으려면 희망봉을 경유해 아프리카 대륙을 한 바퀴 돌아야 하는 까닭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세계 해운기업들은 최근 수주간 홍해 일대의 안보 위험이 커지면서 가파르게 오르는 선박 보험료 등 비용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머스크의 경우 최근 컨테이너 하나당 50∼100달러(6만5000원∼13만원)의 위험 할증료를 매기겠다고 밝혔고 다른 업체들도 화물 운임 인상을 추진해 왔는데 홍해를 통한 운항이 아예 중단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심각한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해운회의소(ICS)는 성명을 내고 "일부 회사는 후티의 공격을 피해 이미 희망봉 주변으로 항로를 변경했으며, 이는 글로벌 무역을 지연시키고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면서 세계 각국에 대응을 촉구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예멘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계속 공격하자 연합해군사령부(CMF) 예하 함대인 CTF-153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CMF는 미국 주도로 한국, 일본 등 총 39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해군 연합체로 바레인 마나마에 있으며 예하에 5개의 CTF를 운영하고 있다. CTF-153은 홍해와 아덴만 지역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