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준 韓보다 노동생산성 낮은 회원국 그리스·칠레·멕시코·콜롬비아뿐한은 "생산성 높이지 못하면 2020년대 2.1%→2030년대 0.6%→2040년대 -0.1% 성장"KDI "작년 1인당 年근로시간 1901시간, 5위… 자영업 많고 시간제 적은 특징 고려해야""취업형태 구성 고려시 31%↓… 여전히 긴 편, 불합리한 임금체계·노동시간 규제개선 필요"
  • ▲ 근로시간.ⓒ연합뉴스
    ▲ 근로시간.ⓒ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유독 길다고 알려진 한국의 근로시간은 자영업자는 많고 단시간 근로자는 적은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이를 참작하면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기존 알려진 것보다 30% 이상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의 근로시간은 여전히 긴 편에 속하는 만큼 불합리한 임금체계나 경직적인 노동시간 규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여전히 OECD 바닥권에 머문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경제성장은 생산성 기여도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4분의 3 수준에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KDI 포커스 'OECD 연간 근로시간의 국가 간 비교분석과 시사점'에서 "OECD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 통계는 한국이 장시간 근로 국가임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흔히 인용되지만,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큰 반면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작은 탓에, 연간 근로시간이 길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한국의 근로시간은 비교적 긴 편이지만, 여타 OECD 국가와의 근로시간 격차는 기존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작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901시간(전체 취업자 기준)이다. OECD 38개 회원국 중 5위다. OECD 평균(1752시간)보다 149시간 더 길다. KDI는 "OECD 통계의 목적은 한 국가의 총노동 투입량 측정이지, 국가 간 장시간 근로 현황 비교가 아니다"며 "그래서 OECD 통계에는 전일제 임금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주 30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도 포함한다"고 부연했다.

    OECD 연간 근로시간 통계는 해당 국가의 1년간 총실제근로시간을 총취업자 수로 나눠 계산한다. 한 국가의 취업자가 실제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에 투입한 실제근로시간(hours actually worked)으로, 법정근로시간과 다른 개념이다. 단 1시간이라도 일한 취업자는 통계 대상이다.

    KDI는 "OECD 5위인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을 보면 야근·주말근무로 매일 30~40분씩 더 일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전일제 근로자에 비해 자영업자 근로시간은 길고 시간제 근로자는 짧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커질수록 길어지며, 반대로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클수록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KDI가 중 분석자료가 있는 OECD 30개 회원국의 2010~2021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1%포인트(p) 증가하면 그 국가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0시간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1%p 늘면 근로시간은 9시간쯤 감소했다.

    KDI가 30개 회원국의 자영업자 비중 등 취업형태 구성을 고려해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을 재산출한 결과 2021년 기준 한국은 1829시간으로 나타났다. 기존 1910시간보다 81시간 줄었다. 비교대상 30개국의 평균은 1648시간으로, 한국과의 격차는 181시간이었다. 이는 재산출 이전 264시간 대비 31% 감소한 수준이다.

    KDI는 "OECD나 유럽연합(EU)의 연간 근로시간은 코로나19 영향을 제외하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매우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한국은 그간의 경제성장에 동반된 생산성 향상과 주 52시간 근로상한제 등으로 빠르게 감소해 왔다"고 했다. 한국은 지난 2004년 주5일제 근무제가 시행되기 시작했고 2018년 7월부터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다만 KDI는 "취업형태 구성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은 여전히 여타 OECD 회원국에 비해 비교적 장시간 근로 국가에 속한다"면서 "불합리한 임금체계나 경직적인 노동시간 규제 등이 비생산적인 장시간 근로 관행을 초래하는 측면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 개선함으로써 노동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 취업형태 구성을 조정한 연간 근로시간.ⓒKDI
    ▲ 취업형태 구성을 조정한 연간 근로시간.ⓒKDI
    한편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OECD 최하위 수준이다. OECD가 집계하는 회원국별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49.4달러로, 37개 회원국 중 33위였다. OECD 평균은 64.7달러였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4분의 3 수준에 그쳤다.

    1위는 아일랜드로 155.5달러였다. 우리나라의 3.1배가 넘는다. 독일은 88.0달러, 미국 87.6달러, 핀란드 80.3달러, 일본 53.2달러 등이다. 우리나라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회원국은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등 4개국뿐이다.
  • ▲ OECD 회원국별 시간당 노동생산성.ⓒ연합뉴스
    ▲ OECD 회원국별 시간당 노동생산성.ⓒ연합뉴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지난 17일 내놓은 '한국경제 80년(1970~2050) 및 미래 성장전략'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낮은 생산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오는 2040년대부터는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197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경제는 연평균 6.4%씩 성장했다. 이 중 자본투입이 3.4%p, 노동 투입이 1.4%p, 총요소생산성(TFP)이 1.6%p를 각각 기여했다. 보고서는 1990년대와 2000년대는 노동과 자본의 기여도 하락이, 2010년대 이후로는 생산성의 기여도 축소가 성장률 하락의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노동 투입 기여도가 2030년대 후반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자본투입 기여도도 꾸준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구가 줄고 평균근로시간이 축소되는 데다 자본투입 증가율도 완만한 하락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향후 30년의 경제 성장은 생산성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생산성 기여도가 자본투입 기여도의 30%에 불과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0년대 2.1%, 2030년대 0.6%에 이어 2040년대 -0.1%로 역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성 기여도가 자본투입 기여도의 90%를 보이는 경우에는 성장률이 2020년대 2.4%에서 2030년대 0.9%, 2040년대 0.2%로 떨어질 거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