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최악… 매일 부도설 태영 악전고투… 잔액 4.4조, 미착공 47%롯데, 동부, 한신공영, 신세계도 몸살정부 연착륙 주문에도… "결국 크게 터질 것" 우려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편집자주] 한숨 돌린 직후가 가장 위험하다는 오랜 격언처럼 연착륙을 꿈꾸는 금융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몰려 오고 있다. 아직 통계지표에는 잡히지 않는 절박함이 현장에는 몰아치고 있다. 내년 경기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데다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에 앞서 본격적인 부실 솎아내기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에 금융권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촉발된 부동산 PF 부실 여파가 이제 중견 건설사까지 집어삼킬 기세다. 증권가 찌라시에서 부도 가능성이 언급돼 곤욕을 치른 업계 16위(시공능력 기준) 태영건설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4조 4100억원. 여기서 민자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3조 2000억원 규모다. 이 중 약 절반인 47%가 미착공 상태여서 차입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태영건설의 자기자본은 8400억원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착공 상태가 길어져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이자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형편이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대출 연장을 거부할 경우 단기 유동성 부족에 따른 부도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미착공 현장에서 대출 연장 없이 사업을 마감할 경우 당장 이행해야 할 보증액 규모는 7200억원에 이른다. 더욱이 미착공 현장의 45%가 지방에 몰려 있어 위험성이 더 크다는 평이다.

    지난 21일 한국신용평가는 '과중한 PF 우발채무 부담'을 지적하며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하향검토'로 낮춘 바 있다.

    아울러 건설업계 일각에선 태영건설이 현장 하도급 업체에 지난 9월부터 60일 만기 어음을 지급한 것을 근거로 태영건설의 재무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 외 PF 우발채무 규모가 큰 건설사로는 시공능력 업계 8위 롯데건설이 지목된다. 9월 말 기준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4조 9700억원에 달하며, 미착공 현장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신세계건설(32위), 코오롱글로벌(19위), 동부건설(22위), 한신공영(27위) 등도 PF 부실 관련 모니터링이 필요한 곳으로 언급되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가 극심한 대구에 다수의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어 미분양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실제 신세계건설이 대구에서 신규 분양한 아파트 3곳의 평균 분양률은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글로벌도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있다는 평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121억원(8월말 기준)에 이르고 보유 현금성 자산은 2377억원에 불과해 PF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건설사 PF 부실과 관련해 '옥석 가리기'가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파장을 우려해 금융당국이 사태 해결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태영건설 대주단이 만기가 도래한 사업장 대출 400억원의 상환을 유예해주는 과정에서 당국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사 관계자는 "2금융권을 중심으로 PF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대출 상환을 유예해 주는 식으로 버티면 결국 부실이 크게 터질 수밖에 없다"며 "정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빠르게 처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