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산업 업황 부진, 수요 정체 내년에도 지속후판협상 소폭인하 종결, 中 침체 장기화 악재저탄소 요구 충족, 高부가 철강재 대응 속도
  • ▲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국내 철강업계가 내년에도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이 위축돼 있고, 중국 부동산 경기침체와 과잉생산 영향을 받는 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것 이라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국내 철강 예상수요는 5340만톤으로 올해 5300만톤과 비교해 소폭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2024년 산업 전망을 통해 국내 철강업계가 실적 저하에 시달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2024년 산업기상도 전망에도 철강산업은 ‘흐림’으로 예보됐다.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요에는 변화가 없는데 값싼 수입 철강재가 시장에 유입되는 양이 늘어난 탓이다.

    철강산업 실수요처로 출하비중 기준 3분의 1을 넘게 차지하는 국내 건설경기는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건설수주 누적치는 1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5% 감소했다. 내년 국내 건설 수주는 187조3000억원으로 예상되며, 이는 올해보다 1.5% 감소한 수치다. 

    특히 중국은 자국내 철강 수요 둔화로 인해 값싼 철강재를 해외로 밀어내면서 국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수입된 철강재는 1500만톤 규모로,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중 중국산 철강재는 약 800만톤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송영진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철강소비 증가율은 세계 철강소비 50%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국내 철강사들과 중국, 일본 철강사들간 경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체들의 부진은 올해에 이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을 4조3803억원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지난해 침수 피해로 대폭 감소했던 영업이익 4조85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대제철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2834억원이며, 마찬가지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에 미치지 못한다.

    주요 전방산업 중 자동차와 조선업황이 양호한 부분은 긍정적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내년에도 소폭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조선사들은 건조량이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정적인 수요를 가져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조선업계와 후판 가격협상은 상반기 대비 소폭 하락으로 종결되는 분위기다. 상반기는 1톤당 100만원에 근접했으나, 하반기 협상은 90만원대 중반에서 결정된 걸로 보여진다. 철강사들의 연간 후판 생산량 절반 이상이 선박에 쓰이는 만큼, 톤당 1만원의 가격 차이에도 수백억원을 손해볼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철강사들은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반영을 요구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못한 모습이다. 올해 철강재 수입에서 후판은 1~11월까지 208만톤을 넘어섰는데, 지난해 동기 대비 28만톤 이상 늘어났다.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는 저렴한 수입산 철강재는 향후에도 철강업계 교섭력 약화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높아지는 탄소중립 요구는 철강사들의 위기의식을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신설 전기로 가동을 앞두고 있고, 다른 철강사들도 설비 효율을 높이는 추세다.

    국내 철강기업들의 에너지용 철강재를 비롯한 신성장 동력 발굴은 계속될 전망이다. 태양광, 풍력발전 구조물용 등 에너지용 철강재 시장은 2030년까지 8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공급망이 다변화되며 철강사들의 제품군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전방산업 시황 악화, 저렴한 수입산 유통으로 인해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철강재 등 신성장동력에 집중하고, 중국 경기 부양책 효과가 나타나면 오히려 빠르게 업황이 회복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