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도시정비 사업절차 원점에서 재검토" 재차 강조 '재초환 면제기준' 국회 본회의 통과…업계 숨통틜듯여의도한양·신반포27차·노량진1·한남4 등 접전 예상
  • ▲ 서울 한강변 아파트단지. ⓒ뉴데일리DB
    ▲ 서울 한강변 아파트단지. ⓒ뉴데일리DB
    공사비인상 여파로 잠잠했던 도시정비시장이 연초부터 힘을 받고 있다. 서울 여의도·노량진·한남 등 한강변 알짜사업지가 시공사선정을 앞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의지를 내비친 까닭이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그에 따른 유동성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어 대형사와 중견사간 수주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신년사에서 "국민들이 새집을 찾아 도시외곽으로 나가지 않도록 도시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업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작년 9월 발표한 '9·26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 부동산PF 위기 등으로 지지부진해지자 보다 적극적인 정책추진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사업절차 원점 재검토는 재건축 추진시 안전등급보다는 노후성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정부는 준공 30년이상 노후주택은 안전진단을 받지 않고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작년말엔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면제기준을 현행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완화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관련 업계에선 재건축 규제완화가 수주절벽에 직면한 숨통을 일부 트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어급으로 분류되는 한강변 사업지를 중심으로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업계이목이 가장 집중된 곳은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추진중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이다. 이 사업은 1975년 준공된 8개동 588가구 단지를 최고 56층 992가구로 탈바꿈시키는 것으로 공사비는 7000억원대 중반이다.

    '여의도 1호 재건축'을 목표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하이엔드브랜드인 '디에이치'와 '오티에르'를 내걸고 출혈경쟁을 벌였지만 서울시가 제동을 걸면서 전격 중단됐다.

    사업위탁을 맡은 KB부동산이 정비계획과 정비구역에 대한 확정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시공사선정에 나선 것이 위법사항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소유주가 동의하지 않은 롯데슈퍼 부지까지 사업구역에 포함된 부분이 문제로 지목됐다.

    중단됐던 사업은 KB부동산신탁이 롯데슈퍼와 용지매입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수주전도 기존 대진표대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간 2파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 ▲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서초구 한강변 입지에 위치한 '신반포27차' 재건축은 새해 시공사선정이 가장 먼저 가시화한 곳이다.

    총공사비는 984억원으로 크지 않지만 연면적(3만5800㎡)으로 나눠보면 3.3㎡당 907만원 수준 고가사업지다. 오는 22일 입찰마감후 조합원총회를 거쳐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지난 연말 진행된 현장설명회엔 △삼성물산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DL건설 △금호건설 △대방건설 등 8개 시공사가 참석해 흥행에 성공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신반포27차는 공사비 규모로만 따지면 대어급으로 보기 어렵지만 강남권 한강변이라는 상징성이 크고 올초 수주전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사업지라 의미가 있다"면서도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대내외적 환경이 워낙 좋지 않아 현장설명회 인기가 실제 입찰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재개발 프로젝트도 시공사선정을 앞두고 있다. 

    노량진뉴타운중 유일하게 시공사가 정해지지 않은 노량진1구역은 2992가구로 규모가 가장 크고 수도권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과 7호선 장승배기역 사이에 위치해 사업성이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삼성물산과 GS건설간 2파전이 예상됐지만 3.3㎡당 730만원이라는 낮은 공사비 탓에 유찰됐다.

    최근 조합이 같은 공사비로 개최한 2차 설명회엔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금호건설 △효성중공업 등 6개사가 참여했다. 시공사선정 입찰은 2월15일로 예정됐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과도하게 낮은 공사비 탓에 시공사선정이 유찰됐는데 조합이 재차 같은 공사비로 입찰에 나선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며 "시장상황이 급격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재개발 착수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과 서초구 신반포12차·16차 재건축,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등도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되는 사업지들이다.

    건설업계에선 이같은 도시정비사업 재개가 대형사와 중견사간 수주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정부가 도시정비사업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지만 단지 길을 터주는 것일뿐 건설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미미한 상황"이라며 "유동성이 부족한 중견건설사들은 앞으로 서울권 진입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규제완화가 현실화돼도 한강변 등 수익성이 좋은 일부 도시정비사업지만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그외 사업지 대부분은 지난해처럼 조합 설립 등이 미뤄지는 등 추진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중견사들이 비벼볼만한 사업지는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