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 투자전략 대대적 수정 불러올 가능성증권사 금투세 관련 인프라‧시스템 정비 해야
  •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오는 2025년 도입될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본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등에 묶여있던 고액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증시로 들어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금투세 폐지 방침을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 규제 완화를 명분으로 금투세 폐지를 내세웠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번 소득에 매기는 세금이다.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일 경우 20%,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로 세금을 부과한다.

    개인 주식투자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우리나라 큰 손들이 주식시장 떠나거나 그런 수순이 예상됐었는데, 금투세가 폐지되면 오히려 시중의 유동자금, 대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액 자산가들도 촉각을 기울이게 됐다.

    특히 금투세 도입 전까지는 개인이 채권투자를 할 때 매매 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이에 고액 자산가들은 쿠폰금리는 낮지만 세후 수익률에서 우호적인 저쿠폰채 투자를 선호해왔다. 업계에선 이러한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부동산 등에 묶여있던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공매도 한시적 금지에 이어 주식 양도세 완화, 금투세 폐지 등 금융정책 추진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만큼 부동산이나 해외 주식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 자금들이 국내로 다시 돌아올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지난 2020년 기획재정부가 예측했던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약 15만명이다. 당시 기준으로 전체 주식 소유자의 2.5% 수준이다. 금투세가 폐지된다면 약 15만명에 해당하는 거액 자산가들이 직간접적인 수혜를 입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금투세가 폐지되면 그간 위축됐던 국내 자본시장의 투자심리가 살아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라며 "금투세 과세 대상자 비율을 따져봤을 땐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과세 대상인 고액 자산가들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 소득의 최대 2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경우 이들은 부동산이나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라며 "이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악영향을 받는다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개인들이 보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만은 지난 1989년 금투세를 도입했다가 1개월 만에 지수가 40% 가까이 폭락한 후 도입을 철회한 바 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앞서 지난해 대주주 양도세의 경우 기존 10억원이었던 기준을 50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함으로써 진정한 대주주가 아니면 개인에게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라며 "금투세 폐지 또한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일관된 조치로 읽힌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정당한 자본소득으로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는 정책"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일부 자산가뿐 아니라 일반 개인투자자 및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가 재정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초 금투세 도입에 따라 연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이에 최근과 같은 세수 부족 상황에서 감세 기조가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투세 폐지가 국회에서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관련 소득세법을 고쳐야 하는데, 거대 야당이 반대하면 어려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