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액 400억달러 목표…KIND 지분투자 방안 검토이스라엘-하마스 전쟁장기화…후티반군 홍해해협 '봉쇄'건설업계, 네옴 등 초대형프로젝트 앞두고 '예의주시중'"산유국 중심 현지화정책 강화 및 탈석유화 대비해야"
  • ▲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 회수처리시설 현장. ⓒ현대건설
    ▲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 회수처리시설 현장. ⓒ현대건설
    정부가 올해 해외건설 수주목표치를 400억달러로 잡았지만 연초부터 부정적인 전망이 흘러나온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홍해리스크'가 터지면서 수주텃밭인 중동정세가 보다 악화된 데다 재건시장으로 꼽혔던 우크라이나도 종전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어서다.

    갈수록 커지는 해외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체계적인 현지화 및 탈석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건설 수주 400억달러 달성을 위해 국가·프로젝트별 맞춤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단순 도급방식에서 벗어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통한 지분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제2중동붐' 확산이다. 이를 위해 중동내 플랜트수주지원센터를 확대 설치하고 시공능력평가시 해외건설 고용에 가점을 부여키로 했다. 이와 함께 해외건설 근로자 비과세 한도도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중동 집중전략은 연초부터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핵심 수주텃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정세가 심상치 않은 까닭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예맨 후티(Houthi)반군이 하마스 지지를 선언하면서 홍해해협 봉쇄에 나섰다.

    후티반군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격을 멈출 때까지 해협을 봉쇄하겠다며 홍해지역 선박에 대한 공격을 감행중이다.

    이들이 활동하는 예맨과 홍해는 사우디와 밀접해 국내건설사들의 해외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건설사에 사우디는 미국에 이어 지난해 수주액 2위를 차지한 핵심텃밭이다. 총 수주액은 95억달러로 미국(100억달러)보다 적지만 건당 프로젝트 규모는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네옴' 등 초대형프로젝트 발주를 앞두고 있어 올해에도 국내건설사들의 활발한 진출이 예상된다.

    문제는 예맨과 국경선을 접하고 있는데다 예맨내전에도 개입한 전력이 있어 후티반군 활동이 본격화할 경우 현지정세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7년 후티반군은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에 미사일공격을 시도한 바 있고 사우디군인 4명이 반군공격으로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에서도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최근 미사일 62발을 발사해 공군기지를 공격하는 등 확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해외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사우디 입장에선 팔레스타인과 예맨, 홍해 일대 긴장상태를 마냥 묵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네옴은 글로벌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프로젝트인 만큼 주변 정세가 안정화된 뒤에야 본격적인 발주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 '원팀코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관계자들이 회담을 갖고 있다. ⓒ국토교통부
    ▲ '원팀코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관계자들이 회담을 갖고 있다. ⓒ국토교통부
    다만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관계자들 전언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오는 4월 준공을 앞둔 사우디 리야드메트로 노선 6개중 3공구 4·5·6호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3공구 공사비만 1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또 현대건설과 함께 네옴 '더 라인' 지하에 28㎞ 길이 터널을 뚫는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최대 규모 석유화학단지인 '사우디 아미랄(Amiral)' 프로젝트를 수주해 공사를 진행중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중동정세가 불안정한 것은 맞지만 현재로선 국지전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수행중인 프로젝트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중동지역 경우 워낙 변수가 많은 곳이라 미국·이란 개입 가능성 등 현지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후 재건시장으로 기대됐던 우크라이나도 상황이 좋지 않다.

    최근 러시아군 폭격으로 어린이 등 11명이 사망했고 작년 연말에는 전쟁 발발이후 최대규모 미사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18명이 숨지는 등 종전조짐이 보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우크라이나 재건시장 진출을 위해 '원팀코리아'를 파견하는 등 국내기업 수주를 지원해왔다. 재건시장 규모는 최대 1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새해에도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국경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도 폭탄이 떨어지는 등 우크라이나는 소위 안전지대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양국간 휴전조짐이 보이질 않아 세부적인 재건시장 진출 방향을 설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영구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 연구원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금리상승 기조가 중동지역에 대한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며 "분쟁이 국지전에 국한될 경우 각국 사업발주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산유국 중심 현지화정책 강화와 탈석유화 정책 대비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