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현행 부담금 전수조사해 재검토… 자유시장경제 의지 과도하게 위축"올해 징수계획상 91개 항목 24.6조원 달해… 재정조달 편의상 관행적으로 걷어文정부 출범 후 거둬들인 부담금만 100조원… 징벌적 과세에 국민부담률 급상승
  • ▲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정부가 '준조세'라는 지적을 받아온 법정 부담금을 63년 만에 대대적으로 손질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가 새해 들어 각종 규제 개혁에 고삐를 죄는 상황에서 그동안 불합리하다고 지적받아온 각종 부담금을 고쳐 국민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자유시장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 나가야 한다"면서 "91개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법정 부담금은) 재원 조달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남발해선 안 된다.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실제로 덜어드려야 한다"면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 예외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가 재정 조달의 편의상, 관행적으로 걷어오던 불요불급한 부담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폐지 또는 통합하는 방향으로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시다.

    부담금 제도는 특정한 공익사업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나 일부를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 1961년 도입했다. 도시 계획 부담금, 도로 부담금, 환경 부담금 따위가 있다. 일반회계가 아닌 기금이나 특별회계에 귀속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손쉽게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다 보니 정부의 '쌈짓돈'으로 불려 왔다. 정부가 애초 올해 부과하려던 부담금 규모는 총 91개 항목에 걸쳐 24조6157억 원에 달한다. 지난 2002년 102개 항목에 7조4000억 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항목 수는 줄었는 데도 걷힌 부담금은 3배 이상 불어났다.

    부처별로 징수하는 부담금을 보면 환경부가 20개, 국토교통부가 16개, 산업통상자원부가 9개, 금융위원회가 8개 등이다.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표적인 부담금을 보면 먼저 영화 입장권 부담금을 들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07년부터 영화 관람객을 대상으로 영화 티켓의 3%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외교부도 여권 발급자에게 국제교류기여금이라는 명목으로 1만5000원(10년 유효 기준)의 부담금을 걷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최고액을 기록한 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다. 담배 1갑당 840원을 물려 총 2조8250억 원이 걷혔다.
  • ▲ 세금.ⓒ연합뉴스
    ▲ 세금.ⓒ연합뉴스
    부담금은 정부가 행정 편의상 조세에 준하는 형태로 부과해 사용하다 보니 앞선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히 늘었다. 각종 표퓰리즘 정책으로 씀씀이가 컸던 문재인 정부에서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을 재원으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지난 2021년 재정당국이 국회에 제출한 '2022년도 부담금 운용계획'을 보면 정부가 2022년 민간으로부터 준조세 성격으로 거둬들이는 부담금 규모만 81개 항목에 걸쳐 20조5000억 원 규모였다. 2001년 7조1000억 원쯤에 불과했던 각종 부담금은 매년 늘었고,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 거둬들인 부담금만 100조 원에 이른다.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 늘면서 국민부담률도 문 정부에서 급증했다. 국민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에서 국세와 지방세 등 총조세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인 조세부담률에 준조세를 더한 금액이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8.8%, 2018년과 2019년 각각 19.9%를 기록한 뒤 2021년 사상 처음으로 20%대를 돌파했다. 국정 모니터링 지표인 'e-나라지표'에 나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익통계'상으로는 이미 2019년에 조세부담률이 20.0%를 기록했다.

    국민부담률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애초 정부의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민부담률은 2021년 27.9%, 2022년 28.6%, 지난해 28.8% 등으로 전망됐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3년 세입통계'를 보면 2022년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32.0%로 이미 30%를 돌파했다. 국민부담률이 30%를 넘은 것은 2022년이 처음이다.

    한국의 국민부담률 상승 폭은 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2022년 국민부담률 상승 폭은 2.2%포인트(p)로, 국민부담률이 1년 전보다 1.0%p 넘게 오른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노르웨이(1.9%p) 칠레(1.7%p) 그리스(1.6%p) 미국(1.2%p) 포르투갈(1.1%p) 등 5개국뿐이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높이는 등 징벌적 과세에 나선 데다 각종 부담금까지 징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