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최악 부진에 인텔에 '글로벌 1위' 내줘D램 흑자전환 불구 HBM 뒤진 기술력 자책비용절감·업무 효율화 이어 임원 연봉 동결 극약처방
  •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삼성전자
    반도체의 봄이 도래했지만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에는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D램 사업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지난해 극심한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인텔에 글로벌 1위 자리를 내준데다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핵심 제품에서 경쟁사에 기술 주도권을 뺏겼다는 사실이 뼈 아픈 까닭이다.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비용절감이나 업무 효율화 등을 강조하며 내부 기강을 다잡으며 임직원들의 위기의식을 높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었던 지난해에도 이 같은 기조는 있었지만 새해 들어서 위기의식은 더 강력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경쟁사에 기술 주도권을 내줬다는 데 자책의 목소리가 높다. AI(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시장에도 AI로 촉발된 수요가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삼성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AI 반도체 핵심인 HBM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는게 삼성에게 타격이 컸다. 삼성과 함께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투톱 역할을 이어왔지만 기술력이나 생산능력(CAPA),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삼성은 독보적인 메모리 1인자다.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지속적으로 HBM 기술력 확보에 투자를 이어왔고 덕분에 확보한 기술력으로 주요 고객사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점이 삼성에겐 특히 충격인 대목으로 꼽힌다.

    HBM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가 삼성보다 먼저 D램 사업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점도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에 시장 예상보다 훨씬 빨리 흑자전환에 나섰고 삼성은 지난해 4분기 기준 D램 사업이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2년 만에 인텔에 다시 왕좌를 넘겨주게 된 것도 삼성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주요 요소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은 399억 달러(약 53조 4000억 원)로 같은 기간 487억 달러(약 65조 원)를 기록한 인텔과 100억 달러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반도체 중에서도 특히 메모리 반도체가 극심한 불황을 겪은 까닭이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지난해 바닥을 찍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이미 턴어라운드했고 올해부턴 상승국면(업턴)을 맞았다고 본다. 하지만 지난해 이처럼 예상보다 더 저조한 성과를 낸 삼성의 트라우마는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업황과 상관 없이 '1등' 삼성의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삼성 DS부문을 이끄는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은 이 같은 현실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그래서 전날 경계현 삼성 DS부문장(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은 긴급 회의를 열고 올해 자신들의 연봉을 동결하겠다고 결정했다. 경영진과 임원들은 경영 실적 악화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솔선수범이 절실하다며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지난 2009년과 실적 악화를 겪었던 2015년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지난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0조 원 아래로 떨어지며 위기를 실감했다. 매출은 258조 1600억 원, 영업이익은 6조 5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도 매출은 14.6%, 영업이익은 84.9%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