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법 전면 시행… 중기업계 "83만 사업장 절박한 호소"민주당,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산재예방 예산 2조원으로 확대 주장노동전문가 "공무원 일자리만 늘릴 수도… 법 엄격한 집행이 중요"
  •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확대 적용이 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법 적용 유예기간 연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중소·영세 기업과 정부는 유예 연장을 국회에 호소하고 있지만, 야당은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카드를 꺼내 든 상태다. 일각에선 산업안전보건청에 대해 공무원 일자리만 늘리는 옥상옥이 될 거라고 지적한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확대 적용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중처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 발생 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으로, 지난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했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2년간 적용을 유예했다.

    중처법에 대한 유예기간 연장안은 지난 9일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상정에 실패했다. 당시 민주당은 △유예를 미룬 정부의 사과 △중처법을 미루지 않겠다는 정부·경제단체의 약속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계획과 예산 확보 등 세가지 요구안을 고수하며 연장안 처리에 반대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유예 법안이 끝내 처리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을 표한다"며 "83만 명이 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절박한 호소에도 국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민생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5일 인천 서구 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민생 현장 간담회'에서 "오는 27일 법 전면 시행까지 시일이 촉박한 만큼 국회에서 여야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고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27일부터 중처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 현장의 영세한 기업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며 "정부가 취약분야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경제단체도 마지막 유예 요청임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국회는 묵묵부답"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7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오면 유예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제출은 물론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예방 예산을 1조2000억 원에서 2조 원 이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한다. 민주당은 전제조건이 총족돼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 유예 법안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태도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청이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났을 때 수사나 형사처벌을 하는 역할에 치우친다면 반대한다. 하지만 사전 예방지원·예방 지도 프로그램 컨설팅 등의 역할이라면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관련해 불필요한 옥상옥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공인노무사는 "(과거) 노동부 산업안전과가 산업안전보건본부로 승격되면서 인력과 관련 업무가 확대됐다"며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인력을 확보해 전문성을 높이고 위험요소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데 공무원 일자리만 늘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사례가 있지만, 당시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거치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와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처법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조직 신설이 아니라 마련된 법 체계의 엄격한 집행을 통해 중대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