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들어 7% 하락…주요국 증시 꼴찌 수익률환율 급등·지정학 리스크에 외국인 팔자 거세이미 지수 바닥권…추세적 반등까진 시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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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지수가 연초 들어 글로벌 증시 대비 높은 낙폭을 보이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 후퇴에 따른 환율 급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업실적 부진 등 각종 악재가 겹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이어진 하락세에 국내 증시가 바닥권에 진입했다고 보면서도 추세적 반등까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전주(2525.05) 대비 2.07% 하락한 2472.74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 기준 3주 연속 하락이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6.9% 하락하며 이미 12월 상승분(4.7%)를 몽땅 반납한 상황이다. 연일 하락세를 이어오면서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달갑지 않은 멍에도 썼다.

    국내 주식 시장 하락을 견인한 건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지난 19일까지 코스피에서 9843억원 순매도했다. 이들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5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이들의 대규모 팔자 행진의 배경으론 금리 변동성이 꼽힌다. 

    최근 발표된 12월 미국 고용·물가·소비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자 연준이 올 3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기준 금리인하를 서둘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물 순매도는 지난 4일 12월 FOMC(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 발표 직후 11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자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 가운데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달러·원 환율이 종가 기준 1340원선을 넘어선 것도 한국 주식 매도 압력을 높이고 있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이달 들어 이틀(1월9일·11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였다. 

    한반도 지정학 위험 부상도 외국인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헌법에 '대한민국은 제1의 적대국·불변의 주적'으로 명기하라고 지시하는 등 대북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

    예상치를 하회한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4분기 영업이익이 2조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29% 하회했으며,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40%안팎을 밑돌았다.

    중국의 경기불안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2월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7.4% 증가하며 시장 컨세서스(8%)를 밑돌았고 신규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5% 하락했다. 반면 실업률은 5.1%로 한달새 0.1%포인트 상승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 계절적인 수급 영향력이 이전보다 극대화된 가운데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 잠정실적 발표 이후 올해 실적 컨센서스에 대한 불안, 외환시장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코스피 낙폭을 키우고 있다"며 "외환시장의 경우 중동 지역 내에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미국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중국 경기 불안 가중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리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조정이 이어진 만큼 현재 증시가 저평가 구간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200 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순이익비율)는 최근 10년 평균인 10.4배보다 낮은 9.79배를 기록했다. PER이 10배 이하로 내려온 건 지난해 11월초 이후 2개월여 만이다. 

    PER이 낮다는 건 가격 측면에서 시장 진입 부담이 크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당분간 조정 국면이 이어지더라도 현재 레벨에서 지수가 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과 실적 불확실성 등 현재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변수가 어느 정도 해소돼야 하는 만큼 당장 국내 증시가 반등해 상승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에는 조정과 종목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정상화되는 과정이 2월 초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올해 기업 실적에 대한 눈높이 조절도 필요해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본격적으로 발표된 이후 실적 전망치가 충분히 조정된 이후에 주가의 추세 상승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