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상당수 SK이노·에쓰오일 적정 주가 낮춰 잡아“국제유가 하락으로 재고평가 손실 크게 늘 듯” 전망올해도 ‘글쎄’… “대외환경 영향 적은 사업 발굴해야”
  • 지난해 3분기 반짝 실적 반등에 성공한 국내 정유사들이 4분기에는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올해 1월 들어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의 적정 주가를 직전 주가 대비 평균 14% 가량 낮춰잡았다. 이에 10개 증권사 기준 직전 평균 21만4000원 수준이었던 SK이노베이션의 적정 주가는 19만3000원 수준까지 내려갔다. 

    주가를 가장 크게 하향 조정한 곳은 BNK투자증권이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적정 주가를 26만5667원에서 20만원으로 24.7% 낮췄다. 

    김현태 연구원은 “4분기 실적은 정유, 석화 부진으로 연결 영업익 -2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유 부문이 정제마진과 유가의 동반 하락으로 영업익 -3029억원을 기록하는 것이 가장 큰 변동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에쓰오일(S-OIL)의 상황도 비슷하다. 1월 들어 보고서를 발표한 증권사 10곳 가운데 4곳이 적정주가를 직전 대비 하향 조정했다. 직전 적정주가 대비 가장 크게 주가를 낮춰잡은 곳은 대신증권으로 14.3% 가량 마이너스 조정했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예상 영업익은 116억원으로 시장기대치를 대폭 하회할 전망”이라면서 “이는 정제마진 하락과 재고평가손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상장하지 않은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의 분위기도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 실적 컨센서스 보고서를 통해 “HD현대의 4분기 실적 부진 전망은 이익기여도가 가장 높은 오일뱅크가 4분기 유가 및 정제마진 하락으로 실적이 부진한데 기인한 것”이라 거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4분기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하락 등 여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는 국내 정유산업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 고유가의 경우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반대로 저유가에는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에 따라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낸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등 정유 4사의 정유사업만 떼어놓고 보면 3분기에만 2조9969억원의 영업익을 달성했다. 직전 2분기 1조346억원의 영업손실을 달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그러나 유가는 작년 9월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와 고금리 지속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며 하락세에 돌입했다. 특히 작년 12월에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가 배럴당 68.61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는 근월물 종가 기준으로 작년 6월 27일(67.70달러)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재고평가손익도 대폭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국내 정유사들은 과거에 비싸게 산 원유의 재고자산평가손실액이 늘게 된다. 

    통상적으로 원유 구매부터 정제 후 판매까지 2~3개월이 소요되는데, 그동안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를 손실로 처리해야 하는 구조다. 증권사들 추정에 따르면 재고평가손실로 SK이노베이션은 1000억원 이상, 에쓰오일은 2000억원이상이 예상된다.  

    더불어 작년 4분기 추정 정제마진은 배럴당 1.3달러 수준으로 전분기 대비 9.2달러 하락이 예상된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이다. 국내 업체들의 손익분기점(BEP)은 4~5달러 수준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중동의 지정학정 불안이 고조되는 등 대외 경영환경 변수가 크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4분기의 경우 직전 분기(3분기) 보다는 이익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대외환경 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신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위기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