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별 수가제 대안으로 만지작… 의료비 억제 목표심평원, 고가 비용 드는 심장·척추질환에 도입 제안 의료계 일각에선 '의료 질' 추락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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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령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의료비 급증이 심각한 문제로 과제로 떠올랐다. 현 체계 속에서 건강보험 재정은 고갈이 예상되고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로 현행 행위별 수가제가 아닌 '묶음지불제'가 중점적으로 거론된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고령 인구의 증가는 의료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현 상태라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고 비용-효율적인 의료체계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행위별 수가제는 국내 체계에서 대부분의 의료행위에 적용된다. 진료할 때마나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에 따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해 진료비를 산정하는 보편적 방식이다. 진료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지만 과잉 진료와 의료비 급증이라는 부작용도 있다. 

    심평원이 진행한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위한 지불제도 연구'에서는 "행위별 수가제로 급성기 전·후의 분절적 의료서비스,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 의료전달체계 간 서비스 연계 부족, 진료 취약지역 발생 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행위별 수가제를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지불제도를 도입해야만 초고령 사회에서도 버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의료비 통제가 가능한 방식으로 건보 재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 심장질환에 묶음지불제 적용 제안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가치기반 보건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행위별 수가제에서 벗어나 가치기반 지불제도로 이행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묶음지불제가 대표적 방법으로 거론된다. 

    이 제도는 세부 행위를 건별로 청구하는 방식 대신 건강 상태나 진료 연관성에 따라 일련의 서비스를 묶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고령화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의료비 증가 상황에서도 의료비 증가 속도를 통제하고 지출의 최적화를 도모하는 시스템으로 여겨진다. 

    심평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심장질환과 척추관절질환에 묶음지불제 적용을 제안했다. 해당 항목들은 고가의 의료비가 지출되고 비중이 높으므로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이에 입각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보고서는 "묶음지불제 적용은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고 보다 정확한 목표가격으로 의료공급자가 통제할 수 없는 비용 발생에 대한 재정적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재정적 위험을 공유함으로써 의료의 질과 비용에 대한 의료공급자의 책무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의료계는 묶음지불제 확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의 질 담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 시각이 지배적이다. 행위별 수가를 벗어나 목표 비용을 설정하고 이에 입각한 진료를 하는 것은 가격 통제 요인만 강조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등은 "미국식 대체지불제 모델의 한 형태인 묶음지불제를 따라가는 것은 국내 의료시스템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묶음지불제의 문제점으로 △미국과 국내의 지불제도 개편 이유의 차이 △낮은 수준의 국내 수가 상황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 부재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