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중화권 10% 급락, 中 371조 원 자금 투입자금 소식 이후 홍콩 H지수 1~3%대 반등 성공"국내 증시 영향 미비, 대대적인 경제부양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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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가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규모 증시 부양에 나섰다. 올해 들어 중화권 증시가 10% 폭락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것으로, 향후 중국의 부양 정책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3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홍콩증시 안정을 위해 모두 2조 위안의 자금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한화 약 371조 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조성된 증안기금보다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자금은 중국 국영 기업의 역외 계좌에서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과거에도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산하 후이진투자공사를 활용한 국가 대표펀드를 조성해 증시에 개입한 바 있다. 2018년 4월과 2023년 10월 증시가 고전할 때도 펀드를 통해 주요 종목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부양했다.

    이번에도 대규모 실탄을 투입한데는 내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리오프닝을 선언한 이후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 내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중 패권경쟁 격화에 따른 정책 리스크 증가도 중국에 대한 투자 선호도를 떨어뜨린 주요 요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들어 중국 대표 주가지수인 CSI300지수가 최근 5년 사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도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중화권 내 증시가 약세를 걸었다.

    이번 대책이 시장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반등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증시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홍콩 항셍지수는 2.63% 상승하며 작년 11월 15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 초반 1%대 하락세를 보인 CSI300지수도 상승 반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중 중국에서 펀드 자금 집행 소식이 전해지면서 항셍지수도 급등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그간 강했던 반도체가 쉬어가고 자동차나 2차전지 업종이 오르는 등 순환매 국면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증시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중국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마땅한 자금유입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학·철강·유통 등 업체들의 주가는 연초부터 크게 빠졌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는 등 고전 중이다.

    포스코홀딩스와 동국제강 등도 연초 10% 이상 하락세를 걸었다. 유통주에서는 신라호텔·신세계·LG생활건강 등 면세점·화장품 등 기업들의 주가는 10% 안팎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가 일본, 미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 이유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실적 부진을 꼽을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내수주는 국내 요인과 더불어 중국 소비 둔화까지 겹쳐 더욱 고난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부동산 위기, 소비자심리 침체, 외국인 투자 급감, 중국 기업 신뢰 하락 등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여전히 강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며 "이번 조치가 증시 급락을 저지하기에 충분한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