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P, KT&G 향한 공세 시작하며 주총 표대결 예고작년 14개 달했던 주주제안 올해는 축소, 집중할 듯목표는 이사회 진입 다만 역전승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
  • ▲ KT&G 대전 본사.ⓒ강필성 기자
    ▲ KT&G 대전 본사.ⓒ강필성 기자
    정기주주총회의 계절, 3월을 한달 앞으로 두면서 KT&G를 향한 행동주의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가 공세가 확대되고 있다. 각종 소송은 물론 차기사장 선임절차, 자사주를 통한 기부부터 미국 내 예치금까지 전선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나선 것. 

    여기에는 지난해 주총 표대결에서 완패를 당했던 FCP의 설욕전이 자리하고 있다. FCP는 올해 KT&G의 주총에서 2막을 예고한 상태다. 관전 포인트는 이번 주총에서 전년 두 배 이상 벌어졌던 표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다.

    1일 KT&G와 FCP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정기 주총에서는 KT&G 이사회와 FCP의 표대결이 기정사실화 되는 중이다. 아직 FCP가 KT&G 이사회 주주제안 주총 의안을 올리지 않은 상태지만 접수가 마감되는 이달 중순까지는 구체적인 의견이 전달될 예정이다.

    FCP는 올해 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작년 표대결에서 KT&G 이사회에 완패했던 배경 중 하나로 14개에 달하는 다수의 주주제안 의안상정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의안이 오히려 목표와 표가 집중되지 못하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FCP가 보유한 KT&G 지분은 1%에 불과해 주총 표대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설득이 필수적이다. 

    실제 지난해 KT&G 주총에서 FCP는 완패를 당했다. 대표적으로 FCP가 제안한 주당 1만원의 현금배당 안건은 찬성이 32.2%에 그쳐 KT&G의 5000원 현금배당 안이 얻은 표 68.1%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특히 FCP 추천 사외이사가 얻은 찬성 표는 10% 안팎으로 KT&G 이사회 추천 사외이사 찬성표(33.5~34.4%)에 크게 못 미쳤다. 

    아직 FCP가 이번 주총에서 어떤 의안을 상정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외이사 진입을 제1 목표로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FCP가 최근 KT&G 전·현직 사외이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FCP는 최근 KT&G 측에 ‘이사 책임 추궁 소 제기 청구서’를 보냈다. 2001년부터 이사회 이사들이 자사주 1085만주를 재단과 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해 회사에 약 1조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KT&G 전·현직 이사들이 외유성 출장을 떠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FCP가 KGC인삼공사의 분리상장, 1만원 배당 등의 화두로 주주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만큼 올해는 전략을 바꾸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등의 화두가 주주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만큼 올해는 이사회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사외이사 진입을 노리는 모양새”라며 “백복인 KT&G 사장이 4연임을 포기하면서 11년만에 새 CEO 선출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라고 평가했다.

    최근 FCP가 KT&G의 재단 우호지분을 활용해 경영진을 선임하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신임 사장의 선임을 거부할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런 과정이 KT&G 주총 역전승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주요 주주인 중소기업은행과 국민연금공단이 FCP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여전히 표 확보에 불리한 상황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1, 3대 주주인 이들의 지분만 13.24%에 달한다. 하지만 백 사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국민연금이 직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할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

    아울러 FCP가 예고한 KT&G에 대한 1조원 규모 소송도 한달 여 남은 KT&G 주총 전 결론이 날 가능성도 없다. FCP의 KT&G 표대결 2차전도 여전히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얼마나 소액주주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가 포인트가 될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FCP가 예상 밖으로 크게 졌던 만큼 올해 우열이 크게 뒤집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