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산안청’ 설치 제안에 막판 협상 급물살민주당 ‘유예안 수용 거부’ 결정에 합의 불발중소기업계, 임시국회 등 상황 보며 대처 전망
  • ▲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전국 중소기업인 결의대회가 지난달 31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손경식 경영자총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전국 중소기업인 결의대회가 지난달 31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손경식 경영자총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의 국회 통과가 결국 무산됐다. 83만 영세·중소기업인이 여전히 예비 범죄자로 전락한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남은 임시국회까지 상황을 보며 대처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대재해법 적용을 확대하는 규정의 시행을 2년 더 유예하는 개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더 충실하기로 했다”며 “정부·여당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 현재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지금 그대로 시행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대신 산업안전보건청지원청을 2년 뒤에 신설하는 안을 야당 측에 제안했다. 그동안 여당은 민주당이 요구해온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에 대해 반대해왔는데, 산업안정보건청 대신 예방에 중점을 둔 산업안정보건지원청 설립을 제안하며 양측의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해당 개정안에 대해 “이날 처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며 “만약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면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이 법을 같이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기대와 달리 민주당 의총에서 이를 거부하기로 결론 나면서 이날 본회의에서도 개정안 처리가 불발됐다. 더구나 정부·여당이 산업안전보건 담당부서 신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선회해 민주당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나섰음에도 합의가 불발된 사안이어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야당의 이같은 결정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800만 근로자와 83만 중소기업 또 영세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외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대통령실도 야당이 민생을 외면했다며 “대단히 유감”이라 밝혔다.

    중대재해법 유예가 불발되면서 추가 규제대상이 된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국 83만여곳, 종사자는 800만명에 달한다. 중소기업계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중대재해법이 확대 시행될 시 폐업이 속출하고 수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유예안 통과를 호소해왔다.

    중소기업계는 특히 산업안전보건청의 핵심 기능과 업무가 수사‧감독이 아닌 컨설팅‧교육 등 산재예방 지원에 둔다면 찬성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유예기간 동안 안전전문인력 확보, 위험성평가 실시, 위험시설‧장비 교체 등 자체 예방 노력을 강화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중소기업계는 아직까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1월 임시국회는 이달 8일까지 열린다. 마지막 본회의인 이날 유예안 통과는 불발됐지만, 남은 임시국회일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할 전망이다.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에 대해 다수 사업장은 관련 법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있으며, 알더라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해 손을 놓고 있다. 일부 사업장은 상시근로자 수를 5인 미만으로 줄이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충남 아산시에서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A씨(45세)는 “작업 특성상 아무리 주의해도 간혹 사고가 발생한다. 대책 없이 처벌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근로자가 10인 남짓한 이곳은 그동안 인력 충원 문제가 심각한 걱정거리였는데 이제는 있는 인력마저 줄여야 하나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경기도 광주시 제조업체에서 관리자로 근무 중인 B씨(36세)는 “해당 법 적용이 됐다는 건 알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전달받지 못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안전관리자를 선임하더라도 대기업은 관련 부서를 신설하면 되겠지만 영세한 우리 같은 현장은 그 또한 인건비 등 부담 증가로 이어지게 돼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조치 등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22년 1월 27일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뒤인 지난달 27일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