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별 수가제 보완책 가동 '공공정책수가' 활성화 필수의료에 5년간 '10조+α' 투입 의료쇼핑 등 차단책 시행 예고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초고령화를 앞두고 건강보험 체계가 큰 수술을 앞뒀다. 대한민국 의료의 고질병인 '3분 진료' 개선이 이뤄지고 과잉 의료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급여도 동시에 손질된다. 누수되는 재정을 최대한 억제하되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오는 2028년까지의 5개년 계획을 담은 ‘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단계여서 전면적 개편에 방점을 찍었다.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 '행위별 수가제'가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개별 의료행위마다 수가를 매겨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료량이 많으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금액이 커지는 방식이다. 환자를 보는 시간이 짧아야 이득이 돌아간다는 의미다. 

    결국 이러한 구조로 인해 3분 진료가 발생했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의 중론이다. 환자가 붐비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소아, 중증, 응급상황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지속되다 보니 지불체계를 보완해 의료 질 저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번 건보 종합계획에서 3분 진료를 막기 위해 '공공정책수가'를 도입을 강조한 이유다. 

    의료행위의 위험도·시급성, 의료진 숙련도, 당직·대기시간, 지역 격차 등에 대한 수가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필수의료 대책과도 맞물려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보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 혼합진료 포함 비급여 옥죄기… 그래도 건보료 상승 불가피

    통상 비급여는 건강보험에서 분리돼 직접적 재정 누수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지만 급여+비급여가 혼재된 혼합진료가 허용되며 국민 의료비 상승을 부추긴다는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필수의료에 10조+α가 투입되는 과정에서 반대 급부로 '비급여 옥죄기'가 시작된다. 

    실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는 30조원을 돌파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 문제가 건보 재정과도 연결됐다. 결국 비급여와 실손보험을 손질하는 것이 공교롭게도 건보 대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의료계가 공분하는 '혼합진료 금지'가 바로 그것이다. 혼합진료는 급여와 비급여 의료행위를 함께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손보험 지출 상위 비급여 혼합진료 비율은 하이푸시술·맘모톰절제술 100%, 하지정맥류 96.7%, 체외충격파 95.6%, 도수치료 89.4% 등이다.

    예를 들어 건보 적용이 되는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비급여인 다초점렌즈를 팔고 도수 치료와 물리치료를 같이 진행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러한 행위를 차단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의 ‘혼합진료 금지를 통한 실질의료비 절감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병원급에서는 신경외과 의사의 연봉이 4억8037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정형외과 의사는 4억6209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비급여 진료 비율 역시 연봉과 비례했다. 

    혼합진료 금지에 이어 비급여 영역 전반이 관리 대상으로 들어간다. 올해부터 비급여 보고 등을 통한 실효적 모니터링, 알 권리 보장 및 불리한 비급여 선택 방지를 위한 충분한 비급여 정보 제공이 진행된다. 

    특히 전체 의료기관 대상으로 비급여 보고제와 범위 확대가 되는데 '비급여 항목별 가격+비급여 진료 시 진료내역'이 공개될 전망이다. 

    환자들은 과잉 비급여로 인해 의료비가 지출되는 부분을 검증할 수 있게 되지만 의료기관은 치료 행위에 제약을 받는 구조가 된다. 의료계는 건보 보장의 범위를 넘어선 비급여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과잉 규제로 해석하고 있다.

    논란이 가중된 가운데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혼합진료를 통해 과잉진료가 발생하는 분야를 선별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며 "보장성이 부족해 급여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진료에 꼭 필요한 비급여는 있는데 이런 것까지 다 금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필수의료에 10조 이상을 투입하고 비급여 관리를 통해 의료비 낭비를 억제하는 방향이 이번 건보 대책의 핵심이다. 결국 재정 안정화를 위해선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다. 

    건강보험료는 관련 법에 따라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 부과할 수 있게끔 묶여있는데 지난해 건강보험료율(7.09%)이 7%를 돌파하면서 상한에 가까워졌다. 올해는 동결됐다. 현재의 8% 상한선을 뚫지 못하면 건보 재정은 한계에 부닥친다. 

    정부는 올해부터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2023년 기준 보험료율은 일본 10∼11.82%, 프랑스 13.25%, 독일 16.2%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