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송사에만신창이반도체·모바일 모두 2위로 밀려2017년 하만 이후 M&A 올스톱본격 경영행보 기대… 경제계 "쌍수 환영"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데일리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9년째 이어진 사법 리스크에 3년 넘게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하지 못한 이 회장이 복귀하게 되면 삼성이 그동안 미뤄뒀던 대규모 인수·합병(M&A)과 미래사업 추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과 피고인들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간 간의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1일 기소됐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사건의 공소사실 모두 범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며 이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더불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거짓 공시와 분식 회계 혐의에도 무죄를 선언했다.

    이번 1심 판결을 계기로 삼성은 무려 9년째 이어오던 사법 리스크에서 일단은 벗어나는 모습이다. 이번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으로만도 3년 6개월 가까이 리스크를 이어왔다. 이번 재판에 검찰 측이 항소해 재판이 2심과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핵심 혐의가 포함된 1심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은 의미는 남다르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 회장이 이번 무죄 판결로 경영 복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회장직에 오르기 전부터 총수로서 경영 활동에 제약이 컸던 상황인데, 회장에 오르고 나서도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경영에 복귀하지 못한 상태였다. 재계 주요 총수 가운데 이 회장만 유일하게 미등기 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는 동안 삼성은 주요 사업부문에서 글로벌 1위 자리를 아슬아슬하게 지키거나 경쟁사에 자리를 내주는 등 고전했다. 특히 총수의 최종 결정과 추진력이 필요한 중장기 미래 먹거리 투자나 대규모 M&A 등이 힘을 받지 못하면서 몇 년째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글로벌 IT시장이 인공지능(AI)으로 대변혁을 시작하며 삼성을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들이 변화의 기로에 섰다. 미래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가 AI 관련 투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추진력 있는 리더의 부재 상황이 더 크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가 극심한 업황 악화로 고전하며 몇 년째 지켜오던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인텔에 내주고 AI 반도체 등으로 급부상한 엔비디아, AMD에게도 쫓기는 상황이 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사인 TSMC는 여전히 따라가기 벅찬 상태다.

    실적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우려감을 더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사 매출은 258조 9400억 원, 영업이익은 6조 5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로도 85% 줄었고 15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 ▲ 1심 재판에 참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박지수 기자
    ▲ 1심 재판에 참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박지수 기자
    2017년 전장기업 하만(Harman) 이후로 굵직한 M&A 추진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던 노력도 흐지부지 됐다. 조 단위 규모 글로벌 M&A를 추진할 때는 무엇보다 총수의 의지와 결단이 핵심이 되는데, 적어도 지난 7년 간은 삼성에서 이를 추진할 결정권자의 부재가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심지어 삼성에는 M&A용 실탄도 넉넉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순현금을 79조 6900억 원 규모 보유하고 있는데 10년 가까이 순현금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만 하고 크게 투자한 결과물은 전무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샀다. 삼성이 제대로 된 M&A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들은 발 빠르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이 회장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다시 나서게 되면 앞으로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미래 투자에 가장 무게를 두고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에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고 반도체·배터리 분야 전문가인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의장(부회장)을 임명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삼성이 미래 사업으로 중점 육성하는 동시에 빅딜을 성사시킬 수 있는 분야로는 단연 AI가 꼽힌다. AI는 현재 글로벌 빅테크들도 앞다퉈 선행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뛰어드는 분야인데다 내부 연구 기술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큰 사업이다. AI를 비롯해 로봇, 전장, 6G, 바이오 등에서 삼성의 차기 빅딜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뉴삼성’ 구축을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도 관심사다. 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옛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며 계열사 자율경영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후 삼성전자(사업지원TF), 삼성생명(금융경쟁력제고TF), 삼성물산(EPC경쟁력강화TF) 등 3개사가 각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계열사들을 관리하고 있다.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가 주요 현안 결정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사업 운영에 있어 접점이 없어 미래 먹거리 발굴과 투자 속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콘트롤타워 부활에 대한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발 빠른 의사결정과 경영지원을 책임질 컨트롤타워 구축에 대한 기대감도 나왔지만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은 더욱 절실해질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삼성에서 준법경영을 위해 자발적으로 신설한 기구인 삼성준법위원회도 컨트롤타워 재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표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삼성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며 "재판부 판결에는 경제 회복을 위해 삼성의 역할 등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